[사설]주무부처는 몰랐던 대구∼부산 고속鐵 부실공사

  • 입력 2009년 2월 17일 02시 55분


경부고속철도(KTX) 사업 2단계 구간인 대구∼부산 레일 부설공사에서 일부 콘크리트 침목(枕木)이 균열된 사실이 밝혀졌다. 사업을 시행한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대구∼울산 96.9km 구간에 이미 설치된 콘크리트 침목 15만3000여 개 가운데 0.2%인 332개가 갈라져 터졌다는 것이다.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는 일이다. 시속 300km로 달리는 고속열차와 레일을 지탱하는 침목에 균열이 생기면 레일이 휘거나 최악의 경우 열차가 탈선(脫線)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부실공사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나사못 역할로 레일과 침목을 연결해주는 부품인 매입전(埋入栓)의 결함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부품이 설계와 달리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부품 설계와 생산 시공 감리 과정 전반에 걸쳐 부실공사를 불러온 원인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 소재를 가려내야 한다.

철도시설공단은 1월 초 일부 침목의 균열을 발견하고 1월 중순부터 한 달 가까이 전수(全數)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에 제대로 보고하지도 않았다. 이번에 문제가 드러난 침목뿐 아니라 2002년 시작된 대구∼부산 레일 부설공사 전반에 걸쳐 늑장보고 및 은폐 사실이 없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 공단 측은 상반기 중 문제가 있는 침목을 전량 교체하고 품질 및 안전관리를 잘하면 2010년 대구∼부산 고속철 완공에 별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간 내에 공사를 마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소지를 완벽하게 걷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78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200명 안팎의 부상자를 냈던 1993년의 구포역 열차 탈선사고에서도 보았듯이 사소한 실수나 부주의가 대형 참사(慘事)로 이어질 수 있다. 국민안전이 걸린 문제는 아무리 작은 듯해도 소홀히 다루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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