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金배지들의 ‘문국현 구하기’ 탄원, 사법권 침해다

  • 입력 2009년 2월 14일 02시 58분


창조한국당이 국회의원 105명의 서명을 받아 선거법 위반 혐의로 2심 재판에 계류 중인 문국현 대표를 선처해 달라는 탄원서를 그제 서울고법에 제출했다. 재판부의 선처를 기대하는 탄원서 제출은 피고인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입법기관인 국회의원 105명의 탄원은 그 성격이 분명히 다르다.

우리 헌법은 입법권 사법권 행정권의 분립을 규정하고 있고,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돼 있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고,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 그런데 여야 의원 105명이 집단으로 탄원을 하면 재판부에 심적 부담을 주고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입법권 국정감사권 예산심의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원인 피고인을 봐 달라’고 탄원하는 것은 재판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자 우회적 간섭이며 사법권 독립의 침해다.

문 대표는 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8대 의원 가운데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 확정 판결을 받은 사람만 5명이고, 1심이나 항소심에서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았거나 재판이 진행 중인 사람도 30여 명에 이른다. 이 중에 문 대표만 예외로 선처해 달라는 것은 누가 봐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문 대표 측은 ‘검사가 기소하지 않은 내용으로 1심 재판부가 유죄 판결을 내렸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항소심에서 법리(法理)와 증거로 따질 일이다. 유무죄를 다투면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을 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문 대표는 자신의 선거법 사건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보도하는 언론에 대해 번번이 언론중재신청과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언론보도의 위축효과를 얻으려는 것이라면 잘못된 생각이고, 실익(實益)도 없을 것이다.

이번 탄원에 가담한 국회의원들은 곤경에 처한 동료 의원을 돕는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서명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헌법위반 행위다. 국회의원들의 헌법의식 부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재판부는 국회의원들의 ‘문국현 구하기’ 집단 탄원에 흔들리지 말고,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진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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