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세창]천재교육, 개별 잠재력 계발로

  • 입력 2009년 2월 12일 02시 55분


60억분의 1 사나이. 종합격투기의 황제. 표도르 에멜리아넨코가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최근에 벌어진 안드레이 알롭스키(UFC 헤비급 전 챔피언)와의 대결은 표도르의 싸움 본능을 그대로 보여주는 흥미로운 한판이었다. 체격조건에서 월등한 알롭스키는 표도르 타도를 외치며 그의 이전 경기 비디오를 철저히 분석했고 약점을 공략하기 위해 특별히 복싱기술을 연마하는 등 지난 반 년 동안 완벽히 준비한 끝에 최상의 컨디션으로 링 위에 올랐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표도르는 (스포츠맨으로서는 금기시된) 영화와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경기 시작 두 달 전에 산 속으로 들어가 자신만의 독특한 훈련과정을 마쳤을 뿐이다. 많은 격투기 팬은 이번에야말로 연습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표도르의 연승 행진이 깨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우려와 기대감 속에 결전을 기다렸다.

드디어 막을 올린 세기의 대결. 1라운드 초반까지 싸움을 유리하게 이끌던 알롭스키는 표도르의 카운터펀치 한 방에 실신하고 만다. 행운의 펀치로 보기에는 너무도 정교했다. 열심히 공부(?)하여 링에 오른 알롭스키는 어이없이 KO패당하고 일견 놀면서(?) 훈련한 표도르는 챔피언 타이틀을 멋지게 방어했다. 세상에 이렇게 허무하고 불공평한 일이 있을까?

표도르의 싸우는 모습에서 해답의 단서를 찾아보도록 하자. 표도르는 싸울 때 복싱에서 정해진 전형적인 스텝을 밟지 않는다. 하지만 엉거주춤하게 서 있는 듯하면서도 내리꽂는 주먹은 상대방 수비의 열린 곳을 정확히 가격한다. 그가 주먹을 뻗는 방식과 패턴을 지켜보면 마치 맹수가 먹잇감을 공격할 때에 사용하는 날카로운 앞발의 본능적인 움직임이 연상된다. 박태환 선수의 수영하는 모습이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넘치는 물개의 움직임과 흡사해 보이고 최경주 프로의 골프 스윙을 보고 가속도를 더해가는 폭포수가 떠오르는 것이 단지 필자만의 느낌일까?

세계적인 일인자의 공통점은 처음부터 남보다 동물적인 본능을 강하게 타고나며 이를 어린 시절부터 잘 계발한 결과라고 추측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추측이 맞다면 우리가 당면한 교육문제의 해결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 준다. 창의적인 천재는 도대체 어떻게 길러내야 하는가?

우선 우리 모두의 얼굴 모양이 다른 만큼이나 사람마다 성격도 다르고 타고난 능력도 다양함을 인정해야 한다. 타고난다는 것은 처음부터 보유하고 이 땅에 태어난다는 의미인데 태어나기 전에 도대체 누가 그 능력을 인간에게 입력했을까? 절대능력의 신이 인간마다 다르게 입력했다고 추측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인간이 저마다 타고나는 선천적인 개별 능력은 신의 영역이고 후천적인 교육 또는 훈련이 인간의 영역이라면, 웬만큼 노력해 가지고야 인간의 영역으로 신의 영역을 넘볼 수 있겠는가?

사정이 이러하다면 이른바 천재의 교육은 신의 영역에 근접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인간은 제각기 저마다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일인자가 될 수 있는 능력을 신에게 부여받은 후 태어났다고 봐야 한다. 우리 모두가 천재인 셈이다. 다만 어느 공통된 한 분야의 천재가 아니라 극도로 다양한 수많은 영역의 한 부분에서 천재이다.

그렇다면 신으로부터 받은 소중한 능력을 조기에 발견해서 계발하는 과정이 가장 좋은 교육이 아닐까? 기성세대가 후천적으로 학습한 정보를 신세대에게 주입식으로 열심히 교육하는 방식이 천재 양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은 너무도 명백하다. 원래 천재로 태어난 신세대 청소년의 개별적인 잠재력을 자세히 관찰하고 다치지 않도록 화초 다루듯이 소중하게 능력을 배양해주는 일이 우리 교육의 본질이 되어야 한다.

이세창 숙명여대 영어영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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