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구자룡]중국 위협하는 2000만 실업 ‘농민공’들

  • 입력 2009년 2월 9일 02시 59분


“춘제(春節·중국의 설날)가 끝나고 외지에서 들어온 농민공 970만 명 중 약 200만 명은 일자리도 없이 무턱대고 왔다. 특히 40만 명가량은 가지고 있는 돈으로는 1주일도 버티기가 어렵다. 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생존이다.”

중국 광둥(廣東) 성 광저우(廣州) 시 우사(吳沙) 공안국장의 말은 ‘농민공(농촌 출신의 도시근로자)의 실업’이 사회불안 요인이 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자리를 잃은 농민공 문제는 광둥 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 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다음 달 초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정치협상회의) 경비도 ‘올림픽 수준’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군과 경찰, 심지어 아파트 경비원까지 100만 명 이상이 양회의 안전 개최를 위해 동원된다. 참가 대표들은 시내 중심의 일정 지역에만 투숙하도록 하고, 전철역이나 기차역 등에 대한 안전검사도 강화된다. 지난해 올림픽 당시의 긴장된 분위기가 재연될 것 같다.

양회는 매년 열리지만 올해 특히 긴장감이 높은 것은 여러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올해 쏟아져 나올 600만 명 이상의 대졸자의 취업난과 베이징, 허베이(河北) 성 등 북부 12개 지역이 50여 년 만에 겪고 있는 최악의 가뭄, 6·4톈안먼(天安門) 사태 20주년 등 ‘민감한 일’들이 수두룩하다.

국무원에 따르면 농민공 전체 수는 약 1억3000만 명으로 이 중 2000만 명 정도가 실직 상태다.

중앙정부와 각 지방정부는 농민공 일자리 마련에 머리를 짜내고 있다. 광저우 시가 4월 말까지 ‘직업백일장’을 여는 등 각 지방정부가 다투어 직업박람회 행사를 여는가 하면 농민공을 해외로 ‘수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충칭(重慶) 시나 안후이(安徽) 성 등은 해외 진출 농민공에게 저리 대출도 해준다.

중국 당국자들은 거대한 농민공 실업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사회 안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둥관(東莞) 시에서 구속된 형사피의자 중 10%가량이 실업자였음을 보면 단순히 기우만은 아니다. 도시로 밀물처럼 돌아오는 농민공을 보면 불안하다는 중국인들이 적지 않다.

한국도 일자리 문제가 이미 ‘발등의 불’이 됐다. 특히 청년층의 실업문제는 사회의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의 실업 농민공 문제는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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