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하창우]시민단체가 홀로 서는 방법

  • 입력 2009년 2월 6일 02시 59분


행정안전부는 불법 집회나 시위를 주도하거나 폭력을 행사한 민간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하고 정부의 보조금 예산을 지난해 100억 원에서 올해 50억 원으로 줄인다고 3일 발표했다. 지금까지 불법 폭력을 행사한 시민단체에도 사실상 보조금을 지원해 온 정부가 방침을 바꾼 것이다. 보조금 지원제도가 바뀐다면 시민단체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시민단체는 1987년 6월 항쟁을 계기로 민주화가 본격적으로 진전되면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활동영역이 넓어졌다. 김대중 정부가 시민단체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2000년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을 만들어 보조금을 지원하자 시민단체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정부의 지원까지 받게 된 시민단체는 정치에도 관여하여 노무현 정부가 탄생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는 정권과 결탁하여 권력화하거나 정치에 깊숙이 관여했고, 몇몇 대표의 비리는 도덕성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져와 시민단체 본연의 모습을 상실하게 되는 등 부정적인 문화를 노출하기도 했다.

회원이 1만 명이 넘는 단체도 있지만 100명 이하인 단체도 많아 시민의 참여 부족으로 재정이 턱없이 부족하다. 부득이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게 된다. 시민단체에 정부 보조금은 ‘달콤한 독’이다. 보조금은 당장 입에 넣기에는 달지만 독이 들어 있는 꿀과 같아서 때로는 권력 앞에 벙어리가 될 수도 있다. 이는 권력이 부패하고 독재화될 때 대항하고 견제해야 할 시민단체가 보조금을 받기 위해 권력의 눈치를 살피기 쉽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시민단체의 자율성과 중립성은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된다.

그래서 시민단체는 가능한 한 정부 보조금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시민단체가 정부 보조금에서 멀어질수록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 역할을 온전히 할 수 있다. 시민단체는 아킬레스건과 같은 정부 보조금을 끊고 회원 수를 늘려 자체 예산으로 운영하는 방안이 가장 바람직하다. 정부가 시민단체에 지원하는 비용에 대해 세제상의 혜택을 주는 제도를 마련하여 시민단체가 민간단체나 기업에서 금전적 지원을 받도록 유도한다면 시민단체의 재정은 튼튼해질 것이다. 재정의 자립도가 높을수록 자율성과 중립성은 커진다.

또 하나 짚어야 할 문제는 시민단체 운동의 불법성이다. 최근 일부 시민단체 운동은 철저히 법을 무시했다. 시민 불복종 운동은 공공성과 공익성이 있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화적 비폭력적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을 무시하고 법치를 짓밟아서는 어떤 명분으로도 목적이 정당화될 수 없다. 어떤 시민단체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으며 법치의 예외가 될 수 없다.

돌을 던지고 망치를 휘두른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는 법치가 무너진 현장 그 자체였다. 정권 퇴진까지 주장하며 정부를 향해 돌을 던지고도 그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다면 자기모순 아닌가. 정부의 방침대로라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를 주도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 소속된 시민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은 중단되거나 이미 지급한 보조금도 환수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이 자칫 시민단체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집행되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정권 입맛 길들이기 수단으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 정부는 시민단체의 불법 시위 여부를 판단할 때 객관적이고도 공정한 사실조사 과정을 거쳐야 하고 보조금 중단이나 환수는 필요한 최소한에 그치도록 해야 한다. 시민단체가 자생력을 확보하는 일은 정부와 국민 모두의 책임이고, 자생력을 확보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창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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