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모종린]외국인 우수학생 유치 준비돼 있나

  • 입력 2009년 1월 23일 02시 58분


글로벌 교육서비스 분야가 이명박 정부가 선정한 17개 신성장동력 산업에 선정되었다. 신선하다는 것이 여론의 첫 반응이다. 정부가 교육을 서비스산업으로 인식할 뿐만 아니라 교육의 세계화 현실을 인정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중국학생들로 정원 채우기 급급

동시에 정부의 계획이 과연 현실성이 있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무너져 버린’ 교육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일을 우리 교육의 당면한 개혁과제로 알고 있는데 갑자기 교육산업을 우리나라의 미래를 견인할 핵심 성장산업으로 선정한 것이 정부가 교육현실을 간과하고 너무 앞서가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정부가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글로벌 교육서비스 분야는 U-러닝, 해외 한국어교육과정, 외국인 유학생 등 세 분야이다. 디지털교과서, 전자칠판 등의 U-러닝 분야 선정은 우리나라의 우수한 정보기술(IT) 산업의 경쟁력을 고려할 때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해외 한국어 교육과정도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다. 정부는 2018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15만 명을 유치하여 총 2조5000억 원의 외화소득을 올리는 계획을 추진할 예정이다. 단순 통계만 놓고 보면 정부의 이러한 자신감을 이해할 수 있다. 정부는 2005년부터 외국인 유학생 유치정책(Study Korea Project)을 통해 외국인 유학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2008년에 외국인 유학생이 6만4000여 명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하에 유치한 외국인 유학생의 수가 우리가 자랑할 만한 실적인가? 현재 우리나라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의 70%가 중국 유학생이다. 이 중 일부는 정부와 기업이 장학금을 제공해서 유치한 우수한 학생이지만 대부분은 본국에서 대학에 진학할 만한 실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이다.

실력이 모자란 외국인 유학생이라도 우리나라 대학이 그들을 제대로 교육하고 있다면 그나마 위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유학생을 대규모로 유치한 대학의 상당수는 외국인을 교육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고 믿기 어렵다. 다시 말해 내국인 학생을 찾지 못해 중국 학생으로 정원을 채우는 대학이 많다.

외국인 유학생 교육에 준비가 안 된 점은 이른바 일류대학도 마찬가지이다. 국내 어느 대학도 우수 외국인 학생의 유치에 필요한 영어전용 학위 과정이나 다문화교육을 제공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이들 대학도 외국인 학생을 위한 기본적인 최소한의 영어 행정서비스나 기숙사 공간의 제공조차 힘든 형편이다.

정부 계획이 걱정스러운 또 하나의 이유는 중국 유학생이 앞으로 계속 한국에 온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에서다. 그동안 중국 학생들이 해외 대학에 대규모로 유학해온 이유는 중국의 대학 정원이 고등학교 졸업자의 3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교육 투자 규모를 볼 때 중국이 자국민의 대부분을 중국 대학에 수용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

정부가 인식한 대로 우리나라 교육산업이 선진국과 경쟁하여 비교우위를 점해야 하는 숙명을 피할 방도는 없다. 우리의 잠재적 능력을 볼 때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수준의 교육서비스 국가가 못 될 이유도 없다. 그렇지만 정부가 무리하게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나서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정부는 대신 국제경쟁력을 가진 글로벌교육 콘텐츠와 교육방식을 우선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내국인 학생의 조기유학과 학부유학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를 볼 때 한국 대학이 기존 교육콘텐츠로 우수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기는 불가능하다. 내국인 학생도 붙들지 못하는 교육콘텐츠가 외국인 학생에게 매력적일 수가 없다.

글로벌교육 콘텐츠 개발 선행돼야

다음으로 한국의 글로벌교육서비스를 받은 우리나라 학생이 세계무대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정부가 개입하지 않아도 외국인 학생이 수준 높은 한국 대학교육의 질에 이끌려 자발적으로 유학을 올 것이다. 선진국 수준에서 뒤처진 우리 대학의 어려운 현실을 직시하여 글로벌교육 콘텐츠 개발에 획기적인 투자를 먼저 하는 일이 성장동력으로 글로벌 교육서비스를 성공시키는 길이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안민정책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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