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대호]‘디지털 방송’ 준비는 됐나

  • 입력 2009년 1월 16일 02시 58분


텔레비전을 보면 2012년에 국내 방송이 디지털로 바뀐다는 광고가 나온다. 정부는 디지털 방송으로의 전환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 디지털방송활성화추진위원회를 최근 출범시켰다. 디지털 방송은 1997년 전송 방식을 미국 방식으로 정하면서 시작됐다. 2001년 이후 방송사 일부에서 다른 방식으로 바꾸자고 제안해 지연됐다가 2004년에 미국 방식으로 재확인하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추진 일정이 늦어졌다.

디지털 방송에 대한 국민의 인지도는 매우 낮은 형편이다. 옛 방송위원회가 2007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의 31%만이 언제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하고 디지털 방송으로 바뀌는지 아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에 실시한 영국의 조사에서는 국민의 89%, 일본 조사에서는 94% 이상이 언제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는지 안다고 대답했다.

문제는 디지털 방송의 의미를 일반 시청자는 말할 것도 없고 방송 산업계 종사자조차 잘 모른다는 점이다. 디지털 방송은 아날로그 기술을 이용하던 방송 기술이 완전히 바뀜을 뜻한다. 얼핏 보면 단순한 기술의 변화로만 보이지만 1980년대에 흑백에서 컬러TV로 전환했을 때보다 파급효과가 큰 일대 혁신이다.

무엇보다 TV의 기능이 그야말로 혁신된다. 단순히 보기만 하는 아날로그TV에서 데이터와 양방향 서비스를 컴퓨터처럼 이용하는 가정의 정보기기로 탈바꿈한다. 디지털 방송은 요즘 새로 나온 인터넷TV(IPTV),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와이브로(WiBro) 등 방송과 통신 서비스가 자유자재로 결합하게 만드는 기반이 된다. TV를 혁신하고 콘텐츠 제작과 이용을 혁신함으로서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와 엔터테인먼트, 미디어가 창출되는 기초가 된다. 이용 가능성은 거의 무한대이다. 고구마 줄기처럼 새로운 방식이 줄줄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이 TV를 정보 도구로 생각하는 데 회의적이다. ‘TV는 다르다’, ‘공공성이 우선’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1998년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생이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구글을 창업하면서 인터넷 검색엔진과 광고를 개발할 때 많은 이는 회의적이었다. 구글의 모델에 코웃음 치는 사람이 많았다. 구글은 인터넷 검색 광고라는 혁신적인 모델을 개발하고 소스코드를 널리 개방함으로써 인터넷에 패러다임의 일대 변화를 가져왔다. 이는 인터넷이 제2의 도약을 하는 기반이 되었다.

2012년까지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하고 디지털 방송으로 완전 전환하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다. 이를 위해 디지털 방송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제고하는 일이 중요하다. 저소득층의 TV 시청권을 보장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정부는 계획을 수립하여 진행하겠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방송사의 적극적인 접근 방식과 노력이 필요하다. 방송사는 디지털 전환에 대해 비용 부담을 요청하는 소극적인 자세에 머물러 있다. 지원보다도 중요한 점은 디지털 방송에 대한 창의적이고 개방된 접근이다. 디지털 방송 체계하에서는 창의적인 콘텐츠의 제작과 이용, 다양한 서비스의 조합이 가능하다. 한 나라의 미디어를 주도하는 방송사라면 그런 방식을 앞서서 개발하여 정보 미디어 산업을 이끌고자 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 나라의 디지털 경제와 사회, 문화를 선도해야 할 책임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지금과 같은 아날로그식 접근은 한계가 뻔하다. 디지털 방송은 인터넷의 무한한 가능성을 방송에서 구현할 수 있는 파급력을 가진다. 디지털 방송의 혁신이 가져올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청자와 방송사 모두 디지털 방송 전환에 대해 인식을 제고해야 할 시점이다.

김대호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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