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 고통을 ‘손가락 통증’에 비교한 강기갑 의원

  • 입력 2009년 1월 13일 02시 55분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회에서 저지른 폭력행위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그는 “국회 폭력의 원인 제공자는 한나라당”이라며 대여(對與) 투쟁을 다짐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강 의원은 사과를 하면서도 국회의 폭력사태에 분노한 민심을 국회 경위들과 몸싸움 도중 다친 자신의 손가락 통증과 비교하기도 했다. “성숙한 민주주의를 바라는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준 게 제가 다친 손가락보다 더 큰 통증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국민의 분노를 겨우 제 손가락 통증과 비교하니, 이런 사람이 국회의원이라는 게 정말 부끄럽다. 그는 한술 더 떠 “나를 심판할 수 있는 것은 국민뿐”이라며 검찰의 출석 요구도 거부했다.

그가 국회에서 저지른 행위는 단순히 사과로 끝날 일도 아니다. 그는 국회 사무총장실에 들어가 사무실 집기를 던지고 욕설을 퍼부었으며, 탁자에 깐 유리판을 주먹으로 내리치고 탁자에 올라가 찻잔을 걷어차고 펄쩍펄쩍 뛰었다. 국회의장실 문을 발로 걷어차는가 하면 국회 경위에게 발을 날리기도 했다. 시정잡배도 이런 행패는 안 부린다. 그가 일말의 잘못이라도 인정한다면 지금이라도 수사기관에 나가 조사를 받아야 한다. 강 의원과 민주노동당이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힘없는 서민’은 저잣거리에서 주먹 한번 잘못 휘둘러도 즉각 경찰에 불려간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국회 내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에만 적용되지 폭력행위까지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에게는 지도층 일반의 도덕적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 이상의 엄격하고 철저한 준법의식이 요구된다. 강 의원의 행패를 지켜본 국민은 “어린이들이 보고 뭘 배울지 걱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나라당은 국회 폭력과 재물 파손에 대해 일반형사범보다 무겁게 처벌하는 내용의 ‘국회폭력방지특별법안’을 마련해 2월 임시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행태를 보면 ‘2차 입법전쟁’을 앞두고 그저 야당을 을러대기 위한 압박용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폭력사태로 검찰에 고발된 민주당 문학진, 민노당 이정희 의원은 아직 사과도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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