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개과천선’ 증시를 간절하게 기다리며…

  • 입력 2008년 12월 26일 02시 57분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호질기의(護疾忌醫)’를 뽑았다. 병을 감추고 의사를 피한다는 뜻인데 잘못된 곳이 있어도 올바른 답을 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광우병 파동과 경제난국에 대한 당국의 대응을 나무라는 소리인 것 같다.

그렇다면 경제인들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어떤 것을 뽑을까? 아무래도 ‘망연자실’이나 ‘설상가상’ 혹은 ‘백척간두’같이 위기를 나타내는 말을 선택할 것 같다.

대공황 이래 최악의 시장을 보낸 금융시장 참가자들에게 어울리는 사자성어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지난 5년 호황기에 어렵게 번 돈을 하루아침에 날렸으니 ‘일장춘몽’이요, 잽싸게 팔지 못한 것은 ‘후회막급’일 것이고 이제 체념한 상태니 ‘이판사판’이나 ‘자포자기’가 적합하다.

비록 사자성어는 아니지만 딱 들어맞는 최신 인기곡이 있으니 바로 시장은 ‘미쳤어’이고 투자가들은 ‘총 맞은 것처럼’이다.

‘미쳤어’라는 노래의 춤 동작은 시장 추임새 그대로다. 미녀 가수의 미끈한 두 다리가 섹시한 포물선을 번갈아 그리면서 남정네들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더니만 ‘미성년자 시청가’로 싱겁게 끝나 가슴에 총 맞은 듯 참으로 허탈하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이 앞 다퉈 내년 경제를 더 어렵게 예측한다. 정말 ‘사면초가’요, ‘망망대해’다. 그래서 투자가들은 ‘무념무상’의 마음으로 ‘와신상담’의 세월을 보내야 될 것 같은데 믿을 거라곤 시장의 ‘조변석개’와 ‘기사회생’밖에 없다.

사실 최근 시장 행태를 보면 전혀 ‘황당무계’한 요행수를 기다리는 것은 결코 아니다. 유가만 하더라도 배럴당 147달러까지 치솟아 500달러 시대를 운운하더니 불과 5개월 사이에 30달러대로 주저앉았다. 원-달러 환율도 ‘창졸지간’에 1500원을 돌파해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이더니 이제 1300원대로 하락했고 머지않아 1000원대로 갈지 모른다.

주가나 경제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순간 무너지는 모양이 마치 미국 쌍둥이 빌딩 붕괴 현장을 보는 것 같다. 펀더멘털(증시 기초체력) 논리로 설명하기에는 진폭이 너무 컸다. 이는 빛의 속도로 퍼지며 확대재생산된 공포심리가 파국을 초래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반대의 현상이 벌어지면 순식간에 경제가 정상화될 수도 있다는 주장은 ‘견강부회’인가? 분명한 것은 시장은 절대 다수의 상식을 항상 배반해 왔다는 것이다. 새해에는 시장의 즐거운 배신과 ‘개과천선’을 기다린다.

이상진 신영투자신탁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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