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방형남]‘중국판 심은경 대사’를 기다리며

  • 입력 2008년 12월 23일 19시 44분


개혁개방 30주년을 맞은 중국의 오늘은 세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개혁개방은 중화민족의 부흥을 이끈 위대한 3차 혁명”이라고 규정한 게 조금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중국은 지난 30년 동안 눈부시게 성장했다.

중국의 현재가 놀랍기는 하지만 이웃인 우리가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상은 중국의 미래다. 중국은 2020년 전면적 샤오캉(小康·1인당 소득 5000달러 안팎)을 달성하고, 2050년에 부강하고 민주적이며 조화로운 현대적 사회주의 국가에 진입하겠다고 한다. 30년을 장강의 물처럼 도도하게 달려와 오늘을 이룩한 중국의 저력을 생각하면 단순한 꿈이나 희망만은 아닐 것이다.

중국의 오늘보다 내일 봐야

중국의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482.4달러였다. 12년 뒤 1인당 국민소득이 5000달러가 되면 중국은 얼마나 큰 공룡이 될까. 매년 7% 경제성장을 이끌어 10년 뒤 소득 4만 달러, 7대 경제대국을 달성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747 공약’이 취임 첫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나라에서 10년, 20년 뒤를 내다보자는 주장은 사치스러워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국의 힘에 맥없이 휩쓸리지 않으려면 필연적으로 닥쳐올 변화에 맞서 우리도 뭐가 됐든 대비를 해야만 한다.

10년, 20년 뒤 중국과 한국의 주역이 될 세대는 현재의 20∼40대 젊은층이다. 이들이 상대방에 대해 어떤 지식을 갖고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미래의 양국 관계가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오늘의 젊은층이 미래의 한중관계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나타나기 시작한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 위안화의 강세가 지속되면서 한국 학생의 중국행은 주춤하는 반면 중국 학생의 한국행은 늘어나고 있다. 한석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우수한 중국 유학생들이 크게 늘어나 선발할 때마다 누구를 뽑을지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제적 성장과 한류 열풍으로 시작된 중국 학생들의 한국 유학이 위안화 강세로 가속되면서 차세대 지도자가 될 잠재력이 있는 우수 인재들의 발걸음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한 지방정부는 자체 예산으로 매년 한국의 대학에 30∼40명의 젊은 관리를 보내 집중적으로 교육을 시키기도 한다. 고위 관리들이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측근 인재들을 한국에 보내는 것도 새로운 경향이다.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전체 중국 유학생은 3만 명을 넘어섰다. 이들 중에서 장차 중국의 핵심부에서 활약하거나 한중관계를 담당하는 책임자들이 적지 않게 배출될 것이다.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대학에서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잔더빙(33) 교수는 중국 유학생은 대부분 중류층과 상류층 출신이라면서 “이들 가운데 많은 인재들이 머지않은 장래에 중국을 이끄는 주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에 유학 온 중국 미래 주역들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 와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한국과 인연을 맺은 캐슬린 스티븐스(한국명 심은경) 주한 미국대사처럼 한국 유학을 계기로 주한 중국대사의 꿈을 이룰 사람도 나올 수 있다. 중국의 한반도통 외교관들은 리빈과 닝푸쿠이 전 주한대사처럼 대부분 북한에서 공부하고 평양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가슴속에 들어 있는 한반도에 대한 시각은 ‘made by 평양’이지 ‘made by 서울’이 아니다. 한국에 관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중국판 심은경 대사’가 배출된다면 그 자체로 한중관계 도약을 위한 큰 힘이 된다.

문제는 기회를 포착하고 활용하는 우리의 능력이다. 한중관계의 미래를 좌우할 중국의 젊은이들에게 한국을 제대로 보여주고 정확하게 알리려면 국가 차원에서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목표는 양국 젊은이들이 활발한 교류를 통해 함께 추구해야 할 공통의 이익(common interests)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한중 정상의 합의에 따라 올해 가동되기 시작한 고위급 전략대화에서 이 문제를 중점 과제로 선정해 장기적으로 답을 모색해 나갔으면 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