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성숙환]흉부외과 의사도 수입할 텐가

  • 입력 2008년 12월 23일 03시 07분


의학의 꽃으로 상징되던 흉부외과가 흔들리고 있다. 올해는 흉부외과에 지원한 전공의가 급감해 필요 인원의 20% 정도에 그쳤다. 수련 받을 전공의가 수년째 줄어들어 국민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흉부외과의 추락은 불안정한 생존의 문제와 연관이 있다. 인체의 생명 유지 기관인 심장과 폐를 관장하는 흉부외과는 사명감이 없이는 도전할 수 없는 분야이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기에 난도가 높은 의술을 연마하고 고된 수련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의학도 모두가 막연히 흉부외과에 대한 도전을 꿈꾼다. 그러나 의료수가와 처우를 알면 꿈을 접고 만다. 피부과 정신과 재활의학과와 비교해 삶의 질과 조건이 매우 열악하기 때문이다.

폐암 환자를 수술하려면 의사 3∼4명, 간호사 2명이 환자 1명을 위해 4∼6시간을 참여해야 한다. 의사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고난도 수술이 많다. 피를 말리는 듯한 긴장감 속에서 수술을 마친 후에 돌아오는 수술비용은 투입한 인력과 소모품과 장비를 고려할 때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병원에서 흉부외과 수술은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비수익 의료 서비스로 대접받을 수밖에 없다. 현실이 이러하니 흉부외과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후배를 질타할 수도 없다. 고된 업무에 대한 보상을 약속할 수 없어서다.

얼마 전 정부는 흉부외과 등 소위 3D로 꼽히는 진료과의 수가를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책임감을 갖고 고민한 듯 발표한 수가는 0.8% 인상에 그쳤다. 정부는 전공의에게 매달 50만 원의 격려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는 아이에게 사탕 물려주기 식의 근시안적인 해법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 이런 방안으로는 흉부외과를 위기에서 구할 수 없다.

다른 국가도 흉부외과 전공의 지원율이 높지 않다. 고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가 나서서 흉부외과를 배려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진료과의 하나가 흉부외과일 정도다. 환자의 진료비를 현실화해서 고난도 수술 및 생명과 직결되는 힘든 업무에 대한 보상이 가능하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한다.

정부는 흉부외과의 추락을 손 놓고 지켜만 볼 것인가. 후배들이 생명과 생존을 놓고 고민하는 현실이 기가 막히다. 이런 추세라면 수술할 흉부외과 전문의가 없어 동남아에서 인력을 수입해 그들에게 국민의 심장과 폐를 맡겨야 할지 모른다. 현 의료수가로는 우리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외국의 의료진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정부는 흉부외과를 특별 관리해야 한다. 비현실적인 의료수가를 지금의 3배 정도 올려야 한다. 개선이 되면 흉부외과 전문의의 고된 업무를 병원이 보상할 수 있다. 생존문제가 해결되면 신념 있는 유능한 젊은 의학도가 흉부외과에 지원할 것이다. 병원은 장례식장이나 음식점 등의 부수적인 사업을 통해 의료 서비스 적자를 충당하지 않아도 된다. 또 군 복무를 대신하는 공중보건의 제도에 변화를 주자. 전공 분야와 상관없이 벽촌에 의무 근무하는 인력을 대학병원에 근무하게 해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고 양질의 의료 인력을 키우는 방안이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수술실에서 하루를 열고 마감하면서 중년을 넘기는 흉부외과 전문의는 생명을 존중하고 열정이 넘치는 후배들이 수술실에서 북적거리며 수련 받는 그날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국가는 흉부외과에 투자하라. 국가의 위상을 세우는 훌륭한 의료수익 모델로 보답할 것이다. 세계 의료계가 인정하는 뛰어난 한국 의술과 전문인력을 바탕으로 해외의 심장, 폐질환 환자가 줄줄이 한국을 방문해 수술 받는 모습은 절대 꿈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현실이다.

성숙환 서울대 의대 흉부외과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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