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주성하]‘두 개의 권력’ 태국…정치 미소 언제 볼까

  • 입력 2008년 12월 9일 03시 00분


태국은 ‘미소의 나라’로 불린다.

태국 사태를 취재하기 위해 태국에 일주일 머무는 동안에도 태국인들의 따뜻한 미소를 곳곳에서 마주칠 수 있었다. 8일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태국에서 벌어진 갈등이 남의 일 같지 않아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태국인들은 왜 ‘붉은 옷’과 ‘노란 옷’으로 나뉘어 상대방을 ‘적’이라고 비난하면서 갈라졌을까.

비록 국외자이기는 하지만 기자는 태국에서 두 차례나 대의민주주의가 부정당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갈등이 깊어졌다고 생각한다.

태국에는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민주주의적 헌법과 선거제도가 있다. 그런데 선거에 의해 권력을 잡았던 탁신 친나왓 정부가 2006월 9월 군부 쿠데타에 의해 전복되면서 태국 민주주의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도 반정부 시위대가 몇 달간 국민과 경제를 인질로 잡고 거리로 나서면서 이제 재집권을 목전에 두고 있다. 선거로 선출됐던 권력이 올해에는 ‘거리의 힘’에 의해 물러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태국에는 두 개의 권력이 존재한다. 하나는 국민이 선거를 통해 뽑은 의회와 여기서 선출된 정권이며, 다른 하나는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이다. 태국은 입헌군주제이지만 실질적으론 국왕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국왕은 혼란기에 국민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대부분의 태국인들은 국왕을 존경한다.

2006년 태국 국민들은 압도적 지지로 탁신 총리를 재집권시키고도 반 년 뒤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 국왕의 승인을 받자, 탁신을 버리고 압도적으로 쿠데타를 지지했다.

그런데 1년 뒤 총선에선 다시 탁신 세력의 집권을 선택했다.

탁신 전 총리는 많은 부문에서 개혁을 이뤄냈지만 동시에 부패한 지도자였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민주주의 국가에서라면 탁신 전 총리는 국왕이나 군부도, 거리의 힘도 아닌 국민의 투표에 의해 심판받았어야 했다.

2년 전 민주주의를 거스른 쿠데타를 지지했던 태국인은 지금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관광객들은 태국을 떠나고 있다. 태국 정치권은 권력을 위해 장관 자리 약속을 주고받으면서 이합집산을 하고 있다.

태국 사태는 민주주의가 뿌리내리려면 법과 제도 못지않게 투표 결과에 대한 존중 등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성숙된 의식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주성하 국제부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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