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오바마, 미국車 하나 때문에 FTA 흔들 건가

  • 입력 2008년 11월 11일 02시 58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7일 첫 기자회견에서 “자동차산업은 미국 제조업의 핵심”이라며 자동차산업의 위기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는 대선 기간에도 한미 자동차 무역역조를 자주 언급했다. 오바마 당선인 측 인사들은 대선 전부터 우리 정부와 접촉할 때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자동차 부문에 대한 추가협상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거론했다고 한다.

오바마 당선인은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대외무역에서 손해 보는 일이 없도록 공정무역을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교역 상대국의 노동 및 환경 기준까지 따지겠다는 것으로 요컨대 수입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게다가 미 의회는 보호무역 성향이 강한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자유화 세계화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미국 자동차산업이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3분기에 25억4000만 달러의 손실을 본 미국 최대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는 정부 지원이 없으면 당장 내년 상반기에 운영자금이 바닥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대대적인 지원책이 나오지 않으면 미국 자동차 ‘빅3’ 중 한두 개가 1년 내 부도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미국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한국 등 외국 자동차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미국 차가 한국에서 잘 팔리지 않는 것은 디자인과 인테리어, 연료소비효율과 정숙도 및 기타 성능, 애프터서비스 등 총체적 품질경쟁력이 떨어지고 근로자 고임금 등으로 가격 경쟁력마저 밀리기 때문이다.

오바마 당선인은 미국 자동차산업을 살리려고 한미 FTA를 흔들 것인가. 작년 4월의 한미 FTA 타결은 세계화 시대에 양국이 자유무역의 열매를 공유할 뿐 아니라 동맹관계의 업그레이드까지 염두에 둔 전략적 선택이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동맹국 정부끼리 서명까지 한 협정의 개정을 강요한다면 미국의 국제적 신뢰 형성에도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오바마 당선인이 벌써부터 자국 노동자와 산업의 이익만을 위해 외국의 희생이 따르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구한다면 그에게 걸었던 세계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것도 시간문제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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