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당선인은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대외무역에서 손해 보는 일이 없도록 공정무역을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교역 상대국의 노동 및 환경 기준까지 따지겠다는 것으로 요컨대 수입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게다가 미 의회는 보호무역 성향이 강한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자유화 세계화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미국 자동차산업이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3분기에 25억4000만 달러의 손실을 본 미국 최대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는 정부 지원이 없으면 당장 내년 상반기에 운영자금이 바닥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대대적인 지원책이 나오지 않으면 미국 자동차 ‘빅3’ 중 한두 개가 1년 내 부도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미국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한국 등 외국 자동차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미국 차가 한국에서 잘 팔리지 않는 것은 디자인과 인테리어, 연료소비효율과 정숙도 및 기타 성능, 애프터서비스 등 총체적 품질경쟁력이 떨어지고 근로자 고임금 등으로 가격 경쟁력마저 밀리기 때문이다.
오바마 당선인은 미국 자동차산업을 살리려고 한미 FTA를 흔들 것인가. 작년 4월의 한미 FTA 타결은 세계화 시대에 양국이 자유무역의 열매를 공유할 뿐 아니라 동맹관계의 업그레이드까지 염두에 둔 전략적 선택이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동맹국 정부끼리 서명까지 한 협정의 개정을 강요한다면 미국의 국제적 신뢰 형성에도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오바마 당선인이 벌써부터 자국 노동자와 산업의 이익만을 위해 외국의 희생이 따르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구한다면 그에게 걸었던 세계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것도 시간문제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