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살릴 기업은 不渡나기 전에 지원을

  • 입력 2008년 11월 11일 02시 58분


정부와 여당이 자금난 우려가 있는 기업에 대한 선제적(先制的) 지원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쓰러진 뒤 사후처리를 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전에 지원해 살려내는 ‘프리 워크아웃(Pre-workout·선제적 경영정상화 지원)’ 제도다. 우리은행이 일시적인 자금 부족을 겪는 중소기업과 가계(개인)에 만기연장 등 거래조건을 조정해 주고 있듯이 일부 은행이 이미 자율적으로 시행 중이다. 은행은 이를 통해 대출 부실화를 줄일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각국 정부는 선제적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이 전통을 깨고 기업어음(CP)을 직접 매입해 자금을 공급한 것이나 중국이 성장 둔화가 예상되자 2년간 4조 위안(약 775조 원)을 투입해 경기 부양에 나서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정책이 특정 산업이나 기업에 특혜를 주는지가 시비 대상이 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정부가 판단 책임을 피하지 않고 과감한 선제조치로 국민경제의 총손실을 최소화하고 수습을 위한 정책비용을 줄이는 데 주력해야 할 시기다.

정부와 국민의 인식은 달라졌지만 제도는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기업의 부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채권단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워크아웃에 들어갈 수 있게 돼 있는 것이 한 예다. 금융기관도 부실해진 뒤에야 정부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 일본은 우리와 달리 금융시장안정법에 따라 금융회사가 부실해지기 전에 지원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프리 워크아웃제도를 도입해 사전적 지원을 해줄 경우 어떤 기업에, 어떤 단계에서, 어떤 조건으로, 얼마나 지원을 해줄지 구체적 기준을 투명하게 정해야 한다. 실물 침체기는 기업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비가 온다고 누구에게나 우산을 씌워줄 여유가 없으므로 옥석(玉石)은 가려야 한다.

은행에 이어 카드, 리스, 캐피털사(社)들이 자금난을 호소하면서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정부 판단은 신속해야 하고 지원 결정이 내려지면 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지원 대상회사들이 자구 노력과 잘못된 관행 개선에 나선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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