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승련]‘예산 나눠먹기’ 중단할 정치지도자 없나

  • 입력 2008년 10월 29일 03시 02분


국회는 해마다 11월이면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느라 무척 바쁘다.

올해는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얼어붙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 내년도 재정을 늘려 줄 것을 국회에 요청해 놓은 상태다.

12월 2일 예산안 처리 시한을 앞둔 11월 말에는 구체적인 예산 항목과 액수를 결정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회가 열린다.

의원들은 지역구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따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예결위에 소속된 동료 의원을 찾아가 “좀 도와줘. ××사업에 적어도 OO억 원이 필요해”라며 통사정하는 의원도 취재 과정에서 여럿 봤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위기감에 휩싸이면서 한국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진 올해는 과거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반복되던 이런 모습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정부는 경제 회생을 위해 당초 정부 예산안(2009년 전체 예산은 273조 원)에서 복지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으로 5조∼10조 원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처럼 ‘갑작스러운’ 예산 증가는 선심성 예산으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올여름 정부가 사업 타당성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뒤로 미룬 사업이 다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이나 여야 지도자들은 이 같은 예산 나눠먹기 관행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지역구 이익부터 챙기는 데 눈이 멀어 나라 전체 예산을 부실하게 짜지는 않았는지 의문이다.

이런 점에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28일 제안한 노사정(勞使政) 사회대타협은 아쉬움을 남긴다. 그는 노조와 기업에 허리띠를 졸라 매자고 했다. 또 정치권은 ‘말싸움(정쟁)’을 중단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세비를 10% 감축하겠다거나 정치권이 경제적 고통 분담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는 찾을 수 없었다.

이러다간 올해도 예산국회가 지역구 의원들의 잇속 챙기기로 끝날 공산이 크다. 여야가 이번에는 신사협정을 맺고 국민에게 “혈세를 낭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어떨까.

의원들이 지역구 살림을 떠나 나라의 장래를 위해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는 모습이 아쉽다. 여야 정치권이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서 “경제 회생을 위해 지역구의 생색용 예산 편성은 걸러내겠다”고 다짐했으면 한다.

김승련 정치부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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