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상황을 돌이켜보면 경찰은 오히려 불법 시위를 장기간 방치하거나 물렁하게 대응해 일반시민의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차도 점거, 경찰 장비 및 상점과 기업체의 기물 파손, 경찰에 대한 린치 같은 불법과 폭력이 곳곳에서 벌어졌는데도 경찰은 세종로 일대의 차량 교통을 미리 차단해 시위대에 멍석을 깔아주었다. 서울 도심은 약 100일 동안 공권력 부재(不在) 또는 무정부 상태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경찰은 여론의 비판이 비등하자 뒤늦게 진압에 나섰다.
인권위는 당시 상황을 전반적으로 균형감 있게 살피고 나서 130건의 진정(陳情)사건을 구체적으로 조사해 인권 침해 여부를 가리는 게 올바른 순서였다. 인권위가 내놓은 보도자료와 일문일답 어디를 들여다봐도 전체 상황을 균형 있게 고려한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인권위는 ‘조사기록이 8000여 쪽에 달할 정도로 3개월간 폭넓은 조사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조사활동이 한쪽에 치우쳤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과연 광화문 일대의 상인이나 기업체 근로자, 택시운전사 같은 피해자와 린치를 당한 경찰관들이나 사진기자에 대해서도 충분히 조사했는지 밝히기 바란다.
인권위는 시위 군중이나 진정인들의 불법성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평가 없이 경찰관직무집행법상의 ‘경찰 최소의 원칙’ 등을 내세워 인권침해적인 측면만 부각시켰다. 급박한 진압상황에선 경찰이 행사하는 물리력의 불가피성을 인정해야 한다. 인권위 권고대로만 한다면 경찰이 위축돼 법질서 유지를 포기해야 할 것이다. 인권위가 아직도 ‘노무현 코드’에서 벗어나지 못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리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