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광고주 권리 선언 “광고 중단 협박에 단호히 대응”

  • 입력 2008년 10월 25일 03시 01분


한국 경제계를 대표하는 188개 기업을 회원사로 둔 한국광고주협회(KAA)가 “광고주는 정당하고 자유로운 미디어 구매를 저해하는 어떠한 규제나 미디어 집행을 강요하는 모든 압력에 대항할 권리를 갖는다”고 선언했다. KAA는 촛불시위 과정에서 일부 누리꾼이 ‘소비자 운동’을 가장해 광고주를 협박한 데 대응해 기업 자구(自救) 차원에서 이 같은 ‘미디어 헌장’을 채택했다.

기업들이 광고효과가 크고 시장경제를 지지하는 매체에 광고하는 것은 당연한 영업활동이다. 그럼에도 일부 촛불시위 세력은 발행 부수가 많은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3대 신문에 광고를 내는 기업을 전화와 악플로 괴롭히고 불매운동을 벌였다. 시장경제 질서를 어지럽힌 극단적인 정치운동이었다.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전하려는 상품 정보를 차단하는 것은 기업활동 방해이자 소비자 권익 침해요, 시장경제와 계약의 자유를 근본부터 뒤흔드는 범죄행위다. 한국외국어대 문재완(법학) 교수는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미디어는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사상의 자유시장’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7월 광고주 협박을 위법으로 결정한 데 이어 검찰은 광고주 협박 누리꾼들을 ‘업무 방해’ 혐의로 기소해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시장경제 질서를 어지럽히고 기업활동과 언론자유를 위협한 피고인들에 대한 엄정한 판결이 있을 것으로 본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96년 한 기독교단체가 WVUE-TV 방송국의 보도에 불만을 품고 이 방송국에 광고를 낸 광고주에게 “방송국이 인종차별적인 관행을 중단할 때까지 광고를 철회해 달라”는 청원을 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독일 프랑스도 보도내용을 이유로 계약관계를 끊을 것을 요구하는 보이콧(불매운동)은 불법이라는 판례를 확립했다.

1975년 박정희 유신 독재정권은 논조가 비판적인 동아일보에 타격을 주려고 광고주들을 위협해 광고란이 백지(白紙)로 된 신문을 발행하도록 한 적이 있다. 그제 미디어 헌장에서 지적한 ‘미디어 구매를 저해하는 규제’ 속에는 이러한 정권의 압박도 포함된다.

광고는 기업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통로이고, 자유언론을 지탱케 하는 젖줄이다. 미디어 헌장 선포를 계기로 부당한 광고 방해나 광고주 협박이 근절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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