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광고주들 표정이 밝지 않은 이유

  • 입력 2008년 10월 25일 03시 01분


《23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는 광고주와 광고인의 축제인 ‘한국광고주대회’가 열렸습니다. 한국광고주협회가 주최한 올해 대회는 특히 광고주협회 창립 20주년을 맞아 개최돼 눈길을 끌었지요.》

이번 대회에서 광고주들은 “매체 선택의 자유와 미디어 구매를 저해하는 모든 압력에 대항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미디어 헌장’을 채택해 선포했습니다. ‘이제 광고 시장을 정상화해야 할 때’라는 참석자들의 의지도 곳곳에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격려사에서 “광고 산업 발전을 위해 법적, 제도적인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하더군요.

본보 24일자 A13면 참조 ▶ “광고 중단 협박 충격… 모든 압력에 대항”

우리 광고 시장의 현주소는 경제 논리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복마전(伏魔殿)’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날 대회의 한 참석자는 “가장 경제 논리가 통하지 않는 곳이 매체 광고 시장”이라며 “한국의 광고주들은 영향력 없는 매체에 대한 광고 효과가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경제 외적인 논리로 울며 겨자 먹기 식 광고를 해 온 게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유가(有價) 발행부수가 유력 신문의 10분의 1∼20분의 1에 불과한 군소 신문이 메이저 신문과 큰 차이 나지 않는 광고 단가를 받으려 한다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느냐”면서 “기업으로서는 그만큼 비용의 낭비가 발생한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최근에는 대형 포털사이트를 등에 업고 수준 이하의 인터넷 매체들까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 광고주들의 시름이 더 깊어지고 있다고 하네요. 이들은 독자가 거의 없음에도 자신들의 기사가 포털을 통해 급속히 확산된다는 점을 내세워 광고를 강요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올해는 일부 좌파 세력을 중심으로 광고 효과가 큰 유력 신문 광고를 중단하는 대신 효과가 적은 신문에 광고하라는 협박까지 기업들에 해서 물의를 빚기도 했지요.

대회에 참석한 한 광고주는 “기업들이 언제까지 몇 명 보지도 않는 매체들에 얻어맞지 않으려고 끌려가듯이 광고를 해야 하느냐”고 하소연하더군요. 심하게 왜곡된 광고 시장을 이제라도 정상화하는 각계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조용우 산업부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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