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계대출 부실 정교하게 대처해야

  • 입력 2008년 10월 13일 02시 57분


은행 가계대출의 연체율이 1∼6월엔 은행별로 0.3∼0.6%였으나 최근 0.6% 수준으로 높아졌다. 저축은행 연체율은 작년 말 14.67%까지 하락했다가 올 3월 말 15.92%로 다시 올랐다.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조정 신청을 한 사람이 1∼6월 월평균 5800명에서 9월엔 8000명으로 불어났다. 은행권 신용카드 연체율은 작년 말 1.3%에서 올해 6월 말엔 1.8%로 뛰었다. 경매 전문업체인 지지옥션에 들어온 수도권 주거용 부동산 경매는 7월 1493건에서 8월 2085건으로 늘어났다.

미국발(發) 신용위기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충격에 흔들리는 가계를 보여주는 현장 통계이다. 반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어도 3개월 변동금리형 주택대출금리는 최고 8%대다.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유통수익률이 연 5.98%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고정금리형의 경우도 여전히 9%대 후반으로 10%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런데도 정부는 ‘걱정 없다’고 합창한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미국 방문 중 “주택 가격이 내려가면 가계 부채가 불안요소지만 연체비율이 낮고 담보비율도 50%가 안 돼 크게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체 통계만 보며 가계부문 위험을 외면해선 안 된다. 정부의 견해대로 개인 금융자산이 금융부채의 2.2배여서 국민 전체의 신용상태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경기가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저소득층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힘들어져 부실 우려가 함께 커가고 있어 걱정이다.

개인 금융자산도 타격이 크다. 국내 펀드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올해 들어 ―30%다. 코스피지수는 32% 하락해 직접투자자의 손실도 컸다. 추석연휴 때 터진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약 한 달 사이에 국내 주식 시가총액이 107조 원 증발됐는데 그중 30조 원은 개인투자자 몫이다.

금융업계의 건전성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저소득층 대출 만기 연장, 금리 부담 완화를 통해 가계의 안정성을 챙겨야 한다. 외환위기 때 가계에 부실기업 뒤처리를 상당부분 떠넘겼던 식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가계가 떠안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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