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의 괴력 알고 보니… 초승달 모양 꼬리지느러미서 나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10월 3일 02시 58분



《‘어부들은 상어를 삼지창으로 찌른 뒤 지칠 때까지 기다린다. 가끔 낚싯바늘을 물고 들어가 끌 려 들어가기도 한다.’ 19세기 초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 유배된 조선 후기 실학자 손암(巽庵) 정약전(1758∼1816)은 어류 연구서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 어부들과 상어의 사투를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유배기간 내내 흑산도 일대에서 잡히는 상어 18종의 생태를 연구해 기록으로 남겼을 정도로 그의 관심은 남달랐다. 하지만 당시 정약전은 상어가 그처럼 힘이 센 과학적 이유까지는 알아낼 수 없었다. 그 해답은 지난달 중순 포스텍에서 열린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 종합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상어를 포함한 수중 동물의 형태와 행동을 종합적으로 연구한 흥미로운 결과였다. 》

도미는 삼각형 꼬리지느러미 이용해 빠르게 돌진

몸통 길고 꼬리 짧은 ‘돛새치’ 시속 100km 가능

“수중동물 연구는 신개념 선박-항공기 연구 밑거름”

○ ‘순발력형’ ‘알뜰형’ 몸매 따라 헤엄 속도 달라

정약전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몸집이 비교적 큰 상어는 바로 점상어다. ‘모돌이’라고도 불리는 이 상어를 정약전은 사납고 힘이 좋아 어부들이 애를 먹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공군사관학교 손명환 교수는 “상어의 이와 같은 능력은 초승달 모양의 꼬리지느러미에 있다”고 설명한다.

가운데 부분이 움푹 들어간 상어의 꼬리지느러미는 다른 모양의 지느러미에 비해 움직일 때 마찰력이 적게 생긴다. 와류(渦流·진행을 방해하는 소용돌이) 현상이 적게 일어나 에너지 소모도 적고 빠른 속도로 장거리 이동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런 형태의 지느러미는 다랑어와 돛새치, 돌고래 등 뿌리는 서로 다르지만 빠른 속도로 장거리를 이동하는 다른 어류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형태를 보면 습성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어류는 많다. 납작한 몸, 큰 등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 삼각형 모양의 꼬리지느러미를 가진 도미는 순간적으로 빠르게 돌진하는 ‘순발력형’ 어류다. 또 몸 크기에 비해 지느러미가 작은 개복치는 적게 먹고 오래 헤엄치는 ‘알뜰형’ 어류로 분류된다.

수중 동물이 이처럼 각양각색의 몸매로 진화한 이유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과학자들은 수백만 년간 축적된 환경 적응의 결과로 보고 있다.

○ “빠른 물고기 타고난 몸매가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대 레베카 피셔 교수와 데릭 호건 교수는 지난해 국제실험생물학회지에 물고기의 형태와 속도의 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먼저 물고기의 몸길이, 등부터 배까지 길이, 좌우 폭, 지느러미 면적 등 9가지 부위와 몸과 지느러미 면적비 등 5가지 비율을 속도를 결정하는 요소로 가정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 속도를 예측하는 공식을 만들어낸 뒤 열대 산호초에 사는 약 100종의 물고기에 적용했다.

공식은 거의 들어맞았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몸통 길이와 몸의 가로세로 비율, 꼬리자루(꼬리지느러미에 이어지는 몸통 끝부분) 길이가 속도 결정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몸길이가 비교적 길고 가로세로 비율이 클수록, 꼬리자루 길이가 짧을수록 더 빠르게 헤엄칠 수 있었다. 돛새치가 시속 100km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는 것도 이런 요소를 충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 헤엄치는 잠수함-소리 없는 어뢰도 개발 가능

그렇다면 왜 새삼스럽게 물고기의 모양과 행동을 연구하는 것일까. 과학자들은 동물만큼 정교하고 효율이 높은 ‘기계’는 없다고 말한다. 물고기의 형태와 행동을 연구하면 연료를 더 적게 쓰고 더 멀리 가는 선박과 항공기 제작 기술을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손 교수는 “수만 km 장거리 여행을 하는 고래의 지느러미는 같은 거리를 항해하는 선박 프로펠러보다 20∼30% 효율이 높다”며 “원리를 알아내면 헤엄치는 잠수함, 소리 없이 발사되는 어뢰처럼 기존 방식과 전혀 다른 신개념 선박과 항공기가 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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