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구자룡]中‘올림픽 약속’ 지킬까

  • 입력 2008년 9월 18일 02시 59분


중국 베이징(北京) 올림픽과 장애인올림픽이 17일로 모두 끝났다. ‘올림픽 특별기간(7월 20일∼9월 20일)’도 모레면 끝난다.

베이징 하계 올림픽이 지난달 24일 끝난 뒤 벌써 3주가 지난 데다 전 세계가 미국 월스트리트발(發) 금융 폭풍에 휩쓸리면서 중국 밖에서는 베이징 올림픽이 벌써 잊혀져 가지 않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곳 베이징에서도 맑았던 하늘이 엊그제부터 뿌옇게 변하고 있다. 시내 아파트 공사 금지 기간은 아직 며칠 남았지만 곳곳에서 몰래 공사가 시작돼 뿌연 먼지를 날리기 시작했다. 승용차 2부제가 20일로 끝나면 베이징 시내 병목 지점들의 교통 체증도 극심해질 것이다.

올림픽을 맞아 ‘베이징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北京歡迎니)’라는 노래도 만들었지만 올림픽 기간 중 외국인의 비자 제한으로 베이징은 오히려 한산했다. 그동안 사업을 접어뒀던 많은 한국인 사업가들도 다시 베이징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올림픽은 잠깐이지만 삶은 계속된다”는 한 전문가의 말처럼 베이징은 서둘러 ‘평소의 모습’을 되찾아가는 듯하다.

제29회 베이징 올림픽에 이르기까지 역대 올림픽 개최국과 도시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의미를 부여하겠지만 중국처럼 베이징 올림픽에 ‘다걸기(올인)’한 곳이 있었나 싶다.

중국 측 설명대로 이번 올림픽은 ‘한당(漢唐) 이래 1000년 중화 부흥의 웅비 의지를 보이고, 100년 올림픽 개최의 꿈을 실현하며, 개혁개방 30년간 축적한 역량을 모아 유치 후 7년간 각고의 노력으로 준비한 대회’였다.

중국은 올림픽 첫 우승과 장애인올림픽 동반 우승으로 스포츠 강국의 면모를 과시했다. 웅장하고 감동적인 두 올림픽의 개·폐막식, 주경기장 냐오차오(鳥巢)와 수영장 수이리팡(水立方) 등 독특한 디자인과 과학적인 설계로 평가받은 많은 시설과 건물은 많은 이의 감탄을 자아냈다.

약 170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보여준 헌신적인 모습을 지구촌은 오랜 기간 잊지 못할 것이다. 나아가 올림픽 기간 중 일반 관공서나 파출소 등 공무원들이 보여 준 친절은 어떤가. 그것이 얼마나 특별한지 과거 그들의 불친절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중국 정부와 국민은 올림픽을 준비하고 치르면서 인권 자유 환경 보건 등 많은 분야에서 스스로와 전 세계에 많은 약속을 하고 올림픽 기간 중 이를 행동으로 보여줬다.

특히 아직 서방 국가와 비교할 수는 없고 인터넷 언론 통제 논란도 있지만 중국 내 취재 환경도 올림픽을 거치면서 많이 진화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도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중국 내 취재 자유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윈난(雲南) 성의 한 작은 도시에서 난 ‘테러가 의심되는 폭발사고’에 대해 사건 발생 하루 만에 해당 지역 공안국이 내외신 기자회견을 하고 현장을 공개한 것 등은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올림픽은 중국이 세계에 마음을 활짝 열고 세계도 중국을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세계 경제 질서의 주류에 들어왔다. 이제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은 인권과 자유, 평등 등 보편적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 문명 질서에 당당히 들어섰다.

이제 ‘베이징 올림픽의 약속’을 지키는 일만 남았다. 올림픽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터진 ‘불량 분유 파동’을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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