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가 ‘범법 혐의 金배지 보호소’인가

  • 입력 2008년 9월 6일 02시 58분


김형오 국회의장은 그제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 민주당 김재윤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여야 합의가 없으면 본회의에 상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야 간에 합의가 될 리 만무하니 결국 공천헌금 수수 혐의로 체포영장이 청구된 문 대표와 병원 인허가 로비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김 의원에 대한 정부의 체포동의 요청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셈이다.

김 의장의 처지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국회가 80여 일간의 공전 끝에 어렵게 정상화돼 여야가 무릎을 맞대고 앉은 마당에 체포동의안 처리 문제로 국회가 다시 파행을 겪는 상황만큼은 피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 때문에 국회가 범법(犯法) 혐의 국회의원들까지 감싼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 회기(會期) 중일 때 의원 체포에 대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한 것만도 두꺼운 보호막인데 국회의장이 법에 정해진 체포동의 절차마저 밟지 않겠다면 지나친 일이다. 국민의 법감정은 무시해도 된다는 말인가.

국회법은 ‘의장은 체포동의를 요청받은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이를 보고하고,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17대 국회 때인 2005년 민주당의 사실상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발의해 신설된 것으로,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고 미뤄져 결국 폐기되는 악폐를 막자는 것이었다. 김 의장이 직권 상정을 거부해 표결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법 위반 시비를 초래할 수도 있다.

김 의장은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면 불구속 기소가 원칙”이라면서 “인신 구속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이나 그건 국회의장이 신경 쓸 사안이 아니다. 국회가 체포동의안을 부결하면 법원은 영장 청구 자체를 기각할 것이고, 설사 국회가 가결하더라도 영장 발부 여부는 법원이 최종 판단할 일이다.

김 의장은 3일 국회 운영제도개선자문위원회 위원 위촉장 수여식에서 “국회에 대한 불신의 원인은 국회의 운영과 제도의 문제점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진정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국회로 만들고 싶다면 이번 사안부터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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