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경희]비만 예방-치료, 국가도 나서라

  • 입력 2008년 8월 16일 02시 59분


비만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2005년 한 해 에만 2조 원에 이른다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가 발표됐다. 다양한 의료정보를 통해 비만을 단순히 외모의 문제가 아니라 질병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메시지가 많이 전달되어서인지 국민의 인식은 과거에 비해 많이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비만 치료와 예방 대책을 들여다보면 변화하는 국민의 수준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치료제 보험 안돼 저소득층 부담

비만환자에게 비만은 질병이니 꼭 치료해야 한다고 해놓고서 처방을 줄 때 꼭 덧붙이는 말이 있다. 비만치료제는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약값이 비싸다고.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말을 하는 것 같아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특히 환자의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을 때는 나 자신도 난감하다.

나라의 경제 수준이 높아질수록 낮은 사회경제적 계층에서 비만이 많다는 연구결과를 고려해보면 값이 월 7만∼10만 원 하는 비만치료제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국내 성인인구의 약 3분의 1, 소아와 청소년에서는 평균 10% 정도가 비만이다. 비만은 고혈압 당뇨병 관상동맥질환, 심지어 암과 관련이 있다. 이런 비만 치료는 성형수술처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치료비를 환자가 다 부담해야 한다.

비만이 생기는 데는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환경적 요소가 매우 중요하다. 가족의 생활방식처럼 노력해서 조절되는 것도 있지만 학교나 직장의 단체 급식, 운동할 수 있는 공공시설 부족, 패스트푸드 조리방식과 같이 개인이 노력해도 피하기 힘들어 결국 국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점이 많다.

우리보다 앞서 비만의 보건사회학적 문제를 접한 서양의 경우에는 비만과 체력을 전담하는 부서 설립, 가공식품의 영양표시, 패스트푸드와 탄산음료에 비만세금 부과, 비만을 조장하기 쉬운 식품의 자동판매기 설치나 광고 금지, 직장이나 학교 단위의 비만예방 프로그램 운영 등의 방법으로 해결하려 했다. 대형 식품업체도 과일을 포함한 메뉴를 출시하거나 살이 덜 찌는 방법으로 조리법을 바꾸는 식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국가별로 생활방식이나 정서가 다른 점을 고려해보면 한국 실정에 맞는 정책이 나와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지역단위 보건소나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자체적인 비만예방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운영했다. 하지만 여기서 입증된 효과적 방법이나 과정을 정책적으로 반영하지 못해서 결국은 시범사업 등의 형태로, 일회성 혹은 한 지역에 국한된 노력에 그친 경우도 많다.

아이들은 영유아 보육시설이나 학교에서, 부모는 직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해 볼 때, 지역사회 보건기관에서 만든 프로그램에 주민이 직접 가서 참여하기는 매우 어렵다.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효과를 거두려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예방 프로그램-정책 나와야 효과

휴일이나 주말에 가족이 함께 운동하는 프로그램이나 공공시설도 필요하다. 언제부턴가 지역 곳곳에 생겨난 편의점처럼 언제든지 필요할 때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비만을 조장하는 환경이나 비만치료, 교육에 대해서는 국가가 나서서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비만을 연구하고 치료하는 사람으로서 앞으로 비만 예방과 치료에 대한 비용 지출이 지금보다 더 늘어나기를 바란다. 단, 그 비용이 국민의 지갑에서 나오지 않고 국고에서 나온다는 점을 전제로 해서 말이다. 비만은 전적으로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개인과 국가 또는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한다.

박경희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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