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民生정책 ‘올 스톱’ 시키는 국회의 파업

  • 입력 2008년 8월 7일 03시 01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어제 “국내 경기가 하강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가 빠르게 위축되면서 고용 사정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 LG 등 민간 연구소들은 경기 하강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더 일찍이 내놓았다. 이제 우리 경제는 지루하고 괴로운 불황의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 노사(勞使), 가계(家計) 등 경제주체들이 난국을 헤쳐 나갈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 할 때다.

요즘 발표되는 경제 지표는 생산 소비 투자 가릴 것 없이 경기 침체의 골이 깊다는 사실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6월 소비재 판매액은 작년 같은 달보다 1.0% 줄어 23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고, 생산자 재고는 15.9% 증가해 11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6월 취업자 증가율은 0.6%에 그쳐 일자리 사정이 더 악화됐음을 보여준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기업들은 해외 투자에는 적극 나서면서도 경기 진작 효과가 큰 국내 투자에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올 상반기 해외직접투자는 147억 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42.8% 늘었다. 투자할 돈은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고(高)유가와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서민층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세금 환급, 유가보조금 지급 같은 민생대책을 마련해 발표한 것은 6월 8일이었다. 이런 대책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4조9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 예산안이 통과돼 예정대로 집행되면 미흡하나마 경기 위축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법인세 인하와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같은 규제개혁도 기업의 투자 의욕을 살리고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서둘러 시행해야 할 정책이다.

그러나 민생과 직결된 숱한 대책은 18대 국회가 두 달이 넘도록 원(院) 구성조차 못한 채 허송세월하는 바람에 ‘올 스톱’ 상태다. 서민들은 장사가 안 되고, 일자리가 없고, 생필품 값이 올라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국회의원들은 고액의 세비(歲費)를 꼬박꼬박 챙기면서 민생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을 내팽개쳐 놓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원자재 및 곡물 가격이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어 제때 유효한 처방을 쓴다면 불경기의 고통을 다소 줄일 수도 있다. 여야당은 ‘민생탐방’ 쇼를 집어치우고 이제라도 국회의 본업에 충실하라. 그렇지 않으면 민심의 벌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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