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창봉]“차등 지원땐 고사” 지방大의 아우성

  • 입력 2008년 7월 5일 03시 03분


“이대로 가면 10년 안에 전국 대학의 절반이 없어질 겁니다.”

2∼4일 강원 양양군 솔비치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에 참석한 지방 국·사립대 총장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대학 정보 공개 및 재정지원정책 때문에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올해부터 대학 정보공시제가 실시돼 학생과 학부모가 신입생 충원율과 취업률, 교원 확보율 등 주요 정보를 알게 되면 대학의 ‘부익부 빈익빈’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것.

충원율과 취업률이 높은 일부 대학에는 학생이 더 많이 몰리겠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대학은 학생 유치에 이전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국내 대학에서 신입생 감소는 곧바로 재정난으로 이어져 수년 후에는 파산하는 대학도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지방대 총장은 “지금도 정원의 80%를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20여 곳이나 되는데 학령인구가 줄어들면 정원 미달 사태가 속출할 것”이라며 “대학의 운영 현황이 낱낱이 드러나면 많은 지방대가 신입생을 채우지 못해 고사(枯死)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새로 추진하는 대학지원정책인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WCU)과 우수인력 양성사업은 기준이 너무 높아 소수의 대학에만 혜택이 돌아가고, 연구자와 학생을 직접 지원해 대학의 재정부담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발전기금이 400조 원 규모인 미국 대학의 경우 정부가 연구자와 학생에게 직접 지원해도 대학이 스스로 발전할 동력을 갖추고 있지만 국내 대학에 이를 무리하게 적용하면 대학이 재정위기를 맞게 된다는 것.

정부는 특성화와 산학협력, 학교기업 등으로 대학 재정을 확충하라고 강조하지만 지방대 총장들은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경동대 전성용 부총장은 “지방대에서 잘하는 것이 있으면 수도권 대학에서 이를 벤치마킹해 대규모 특성화 사업을 추진한다”며 “이 경우 함께 사업을 추진하던 산업체 등이 고스란히 수도권 대학으로 옮겨 간다”고 말했다.

대학 진학률이 80%를 웃돌고 취업을 못하는 대학 졸업생이 넘치는 상황에서 대학의 구조조정과 통폐합이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는 대학 재정지원사업에서 ‘선택과 집중’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학문의 다양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다. 영향력 있는 소수뿐 아니라 묻힌 다수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최창봉 교육생활부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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