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척 보면 압니다’

  • 입력 2008년 7월 5일 03시 03분


일 잘하는 사람은 시선 처리부터 남달라

전체구조 먼저 파악한뒤 세부사항 살펴

과거에는 오래 일하고, 두툼한 보고서를 만들어 내면 일 잘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야근과 긴 발표 자료가 오히려 무능력의 상징이 됐다. 남들보다 빠르고 간결하며 명확하게 일하는 ‘하이퍼포머(high-performer)’가 인정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렇다면 일 잘하는 사람의 특징은 무엇일까. 과학적 영역에서는 정보 획득과 해석을 위한 시선(視線) 처리 및 뇌 활성의 차이로 이를 설명한다. 인지심리학 관점에서 일 잘하는 사람은 서류를 읽는 시선 처리부터 이를 해석하는 뇌 활동까지, 생각의 모든 프로세스에서 차이를 보인다.

뉴로리서치 전문기관 브레인앤드리서치(Brain&Research)는 직장인을 업무 능력이 높은 A그룹과 업무 능력이 낮은 B그룹으로 나눠 시선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실험 결과 3가지 차이가 나타났다.

①전체와 부분의 구조화: A그룹은 먼저 글의 전체 구조를 파악한 뒤 세부를 살펴보는 계층적 인식을 했다. 이들은 글의 제목과 요약 부분을 우선 파악한 뒤 하위 단계로 나아갔다. 반면 B그룹은 텍스트 자체에 치중했다. 이들은 글을 처음부터 차례대로 또는 무작위로 읽었다. 두 그룹은 이해도와 기억량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②시선의 순서: A그룹은 중요한 정보와 도표, 요약 정보에 우선적으로 시선 처리를 했다. 이후 근거 및 부가 정보들을 취득했다. B그룹은 글의 왼쪽 위부터 차례대로 시선을 옮겼다. 이로 인해 시간이 짧거나 어려운 정보가 제시됐을 때 A그룹보다 이해도가 떨어졌다.

③시선의 비중: A그룹은 표나 그래프를 보는 데 시간을 많이 썼다. 반면 B그룹은 긴 설명과 어려운 단어에 시선 비중을 높게 뒀다.

미국 듀크대 브레인 이미징 센터의 스콧 휴텔 박사에 따르면 부자의 뇌와 일반인의 뇌는 뚜렷한 기능적 차이를 보인다. 일반인은 평범한 뇌 활성을 보이는 반면 부자들은 뇌 활성이 전전두엽(정보를 계획하고 통제하는 고등사고를 담당한다)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난다. 부자들의 사고방식은 단순한 인지와 기억보다 뇌가 정보 처리 체계를 인지하고 통제하는 패턴화, 구조화 등 고등사고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신경심리학적으로 볼 때 일 잘하는 사람은 구조적이고 전체를 조망하는 시선을 통해 정보를 선별, 정리하고 효율적으로 해석한다. 이런 사고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전체를 먼저 파악하고, 사고를 구조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대사회가 노력보다 성과가 중요한 사회라고 해도 결국 성과를 만들어 내는 능력은 끊임없는 사고의 연습인 것이다.

박정민 브레인앤리서치 비즈니스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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