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허영]새 選良들 달라져야 한다

  • 입력 2008년 5월 30일 02시 59분


오늘 18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된다. 그러나 여야 간의 이른바 개원 협상 때문에 언제 국회가 정상적으로 활동을 하게 될지 모른다. 사실상 국회 없는 국정운영이 시작된 셈이다. 야당은 개원 협상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와 결부시키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빠른 정상화는 어려워 보인다.

의원들은 하는 일 없이 놀면서도 매월 1619만 원(활동지원비 포함)의 돈을 받고 6명의 보좌관과 비서진을 거느린다. 의원이 내는 소득세는 월 100만 원 수준이다. 정상 개원이 된다고 해도 국회의원은 1년에 겨우 넉 달 정도 일하고 1인당 연 4억6872만 원의 세금을 쓴다.

우리 국회의원보다 더 좋은 직업은 지구상에 흔하지 않다.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크고 소득수준도 높은 영국 독일 등의 국회의원 연봉보다 더 많은 예산을 쓰면서도 일은 적게 하고 싸움으로 날을 새우는 국회는 없느니만 못하다. 영국 의원의 연봉은 6만 파운드(약 1억2000만 원)이고 독일 의원은 매월 1만729유로(약 1600만 원·과세대상 7009유로와 면세대상 활동지원비 3720유로)의 세비를 받는다. 이 두 나라 의회는 휴가기간을 빼고는 늘 열려 국정 현안을 다룬다.

이 간단한 표본비교만 봐도 우리 국회가 달라져야 하는 것은 하나의 당위이고 필연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상임위장 선거, 국회법대로

지루한 국회 구성 협상부터 고쳐야 한다. 총선을 통해 국민이 짜준 국회의 세력구도에 맞게 국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국회를 구성하면 된다.

즉 총선 후 처음 열리는 18대 국회는 임기 시작 7일(6월 5일)에 열리도록 국회 사무총장이 집회공고를 하고, 최초 집회일에 최다선 의원 중에서 연장자가 임시의장이 되어 의장과 부의장을 뽑으면 된다. 국회 다수당이 국회의장을, 그리고 큰 교섭단체가 한 사람씩 국회 부의장을 추천하면 된다. 국회 상임위원회의 위원장도 원내 교섭단체 세력분포에 따라 배정하고 뽑으면 된다. 국회법에는 상임위원장의 선거도 총선 후 최초 집회일로부터 3일 이내에 하도록 정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이 총선 후 최초 집회일로부터 2일 이내에 소속 의원의 상임위 배정을 마치고 의장에게 그 선임 요청을 하도록 했다.

이처럼 분명한 국회법 규정을 무시하고 힘겨루기 국회 구성 협상을 한다며 국회 활동을 미룬다면 명백한 위법행위다. 하물며 국회 구성과 무관한 다른 사안들과 연계시켜 국회 구성을 지연시킨다면 그것이야말로 놀고먹는 정치꾼들의 본색을 드러내는 일이다. 불과 두 달 전 4·9총선에서 국민에게 표를 달라며 머리 조아리던 일을 잊지 말아야 한다. 18대 국회는 개원과 구성부터 국회법을 지키는 준법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회 운영도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우선 국회 점거농성 행태부터 없어져야 한다.

국회에 진출한 각 정당은 각각 대변하는 계층이 다를 수밖에 없다. 총선을 통해 원내 다수당과 소수당이 정해지는 것은 다수당이 대변하는 계층이 국민의 다수라는 뜻이다. 적어도 국회 임기 초에는 잠재적이고 가시적인 국민의사가 다수당 편임을 추정할 수 있다.

그렇다고 다수당이 모든 사안을 마음대로 독단하는 국회 운영을 한다면 진정한 다수결 원리의 본질을 왜곡하는 일이다. 소수세력과의 대화와 타협을 모색하고 끝까지 설득하고 조정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다수결 원리는 이 과정을 거친 후의 의사결정 방법이다. 다수 독주도 소수 횡포도 의회 운영의 정도는 아니다. 소수세력도 융통성을 가지고 소수의 불가피한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수의 열세를 물리적인 수단으로 만회하려는 의장석 점거 등 의사진행 방해의 구태 정치는 새 국회에서 다시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독일에선 불참할 때마다 벌금

고비용 저효율의 불명예를 씻기 위해서도 의원들의 국회 출석률을 높여야 한다. 쓸모없는 법안의 발의건수만 늘리는 형식적인 성과보다는 쓸모 있는 법안 심의에 열심히 참여해 흠 없는 입법이 되도록 실질적인 기여를 하려면 의원은 국회 회의에 빠짐없이 참여해야 한다.

독일 의회는 본회의 불참 때마다 100유로(약 15만 원)씩, 위원회 불참은 50유로씩 매달 활동지원비에서 공제하는 제도까지 두고 있다.

허영 헌법재판연구소 이사장·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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