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광우]신뢰-투명성 한단계 높여 금융강국으로

  • 입력 2008년 5월 26일 03시 00분


‘에그몽’금융총회 서울개최를 맞아

새 정부가 출범한 지 90일이 지났다. 민간에 있다가 정부조직으로 들어온 필자로서는 항상 마음에 새기고 있는 원칙이 있다. 바로 ‘작은 정부, 큰 시장’이라는 철학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금융산업 육성’이라는 금융위원회의 설립 미션이다.

그래서 항상 머릿속을 맴도는 화두는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에서 세계적 금융회사가 탄생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가 세계적 금융회사들이 활동하는 역동적인 금융시장이 될 수 있을까?”이다. 물론 이것은 금융위원회만이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금융의 선진화와 금융강국 건설을 위해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전제가 있다. 바로 상호 신뢰와 투명성이라는 사회적 자본이다. 세계적인 석학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가 21세기 사회발전의 동인을 ‘신뢰(trust) 기반’에서 찾고 있는 것처럼, 금융산업과 금융시장 발전의 토대, 곧 금융 선진화의 기초는 바로 ‘신뢰와 투명성’인 것이다.

이 사실은 ‘조세피난처(tax haven)’의 쇠퇴에서도 잘 나타난다. 스위스 버뮤다 리히텐슈타인 등 과거 고객 비밀 보호로 이름이 높던 조세피난처들은 유럽의 부호들, 심지어 나치 전범과 남미 아프리카 독재자의 돈까지 관리해 주면서 비밀 보장과 익명성을 기반으로 막대한 수수료를 챙겼다. 그러나 이들도 투명성이 강조되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 이후 급속히 쇠퇴하고 있다.

이제 돈세탁과 관련된 거래의 비밀을 보장해 주는 방식으로는 금융회사와 금융시장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시대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오히려 최근 들어서는 깨끗하고 투명한 금융시장이 투자자에게서 신뢰를 받고 ‘금융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뉴욕 런던 싱가포르 홍콩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선진시장은 기업의 상장 기준이 엄격하고 까다롭기 때문에 오히려 글로벌 우량기업이 선호하고 있다.

새 패러다임은 금융을 새 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하고, 또 동북아 금융중심지를 지향하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제 ‘신뢰와 투명성’이라는 글로벌 스탠더드는 선택이 아니라 우리 경제와 금융의 선진화를 위한 필수 사항이다.

세계 각국이 이를 위해 도입한 제도의 하나가 바로 ‘자금세탁 방지 및 테러자금 조달 차단’ 제도다. 건전한 금융거래는 보호하면서도 금융 시스템이 범죄나 테러에 이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금융회사 상호간, 또는 금융회사와 소비자 사이에 신뢰를 구축하게 되며, 그 효과는 거래비용 절감과 금융 시스템에 대한 대내외 신인도 제고로 나타난다. 이 제도는 9·1테러 이후 국제 표준규범이 되고 있다. 2월 한국을 ‘선진 일류국가’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금융을 경제의 새 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금융위원회’를 설치하였고, 산하에 자금세탁 방지를 담당하는 금융정보분석원(FIU·Financial Intelligence Unit)을 두고 있다.

전 세계 106개국 금융정보분석기구의 연합체인 ‘에그몽(Egmont)그룹’ 제16차 총회가 아시아 지역에서는 최초로 25∼29일 서울에서 개최된다. 특히 새 정부가 금융을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하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열리는 대규모 국제회의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번 총회가 금융 시스템의 신뢰와 금융거래의 투명성, 즉 ‘신뢰와 투명성’이 금융산업 발전의 밑바탕임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전광우 금융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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