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딱 한가운데가 중립 아니다… 국민에 꼭 필요하다면 단호히 할것”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18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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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의장후보 본보 인터뷰
尹 반대 특검법 등 처리 뜻 밝혀

“양쪽의 딱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이 국회의장의 중립이라고 이야기하면 그것은 어폐가 있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5선·서울 노원갑·사진)은 1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회가 중립을 너무 협소하게 봤다. 국민 관점에서 볼 때 올바른 일인데 지체되는 것은 아주 답답한 일”이라며 “국민에게 꼭 필요한 법을 마냥 지체하게 두지 않고 단호해야 할 때는 단호히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압승한 만큼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 등과 윤 대통령이 반대 의사를 밝힌 채 상병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 민주당이 22대 국회 개원 즉시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법안들을 통과시키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우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국회가 제정한 법률의 취지에 반하는 시행령 개정을 통한 ‘시행령 통치’에 나서고 있다”며 ‘국회 시행령 사전심사제’ 도입 계획도 밝혔다. 우 의원은 “헌법상 입법권은 국회에 있다. 따라서 법률의 취지와 전혀 다른 시행령은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시행령의 범위는 법률 안에서 정하도록 국회에서 사전 심사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우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친명(친이재명)계로 꼽힌다’는 지적에 대해 “이재명 대표와 가까운 게 뭐가 문제인가. 사회경제 개혁가로서 이 대표의 면모를 지지한다”고 수차례 밝혔다. 그는 친명계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이 대표의 연임론에 대해서도 “재판도 받아야 되고, 공격에 너무 시달렸다. 심지어 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파동까지 있었다”며 “이 대표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동의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우원식 “법사위는 민주당 입법 막고, 운영위는 용산 방탄 노릇”

“22대 원구성 협상 빨리 끝내고, 내달 중으로 국회 열어야… 이재명과 가까운게 뭐가 문젠가
의장 선출, 李 일극체제 아닌 방증… 尹 시행령 통치는 입법권 침해
국회서 시행령 범위 사전심사할 것”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 의원 뒤로 보이는 액자에 적힌 ‘(정치는) 힘이 약한 자들의 가장 강한 무기’란 글귀는 우 의원이 
정치를 시작하면서 정한 슬로건이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 의원 뒤로 보이는 액자에 적힌 ‘(정치는) 힘이 약한 자들의 가장 강한 무기’란 글귀는 우 의원이 정치를 시작하면서 정한 슬로건이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법률의(더불어민주당 입법을 막는) 방탄, 운영위원회는 용산의 방탄 노릇을 해왔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5선)은 1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2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을 빨리 끝내고 다음 달 중으로 국회를 열어야 한다”며 “원 구성 협상 때문에 몇 달씩 끌려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두 상임위 모두 여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민주당은 두 상임위원장을 확보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는 “가급적 여야가 합의하는 것이 좋겠지만 마냥 합의될 때까지 미뤄 둘 수 없다”고 했다. 여야 합의가 안 되면 원 구성에 대해 국회의장 직권 상정을 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우 의원은 여야 합의 처리를 강조했던 민주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을 겨냥해 “국민이 볼 때 좀 답답하다는 느낌을 줬다”며 “중립을 협소하게 보면 안 된다”고 했다. 우 의원과의 인터뷰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70분 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박찬대 원내대표가 조정식, 정성호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렇게 심각하게 개입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명심 논란은 심각하게 볼 문제가 아니었지만 주변에서도 과도하게 (추 당선인에게 이 대표의 의중이 있다고) 그래서 (선거 결과로) 조금 민망하게 됐다.”

―박 원내대표가 사실상 이 대표를 대리해 교통정리를 한 것 아닌가.

“박 원내대표는 내게는 그런 (사퇴) 얘기를 안 했다. 내가 오히려 ‘여러 난관이 있는 시기의 원내대표에게는 협상을 잘하는 국회의장이 필요하다. 정치력이 있는 의장이 필요하다. 그래야 여야 간에 논의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박 원내대표에게 얘기했다.”

―이번 결과로 이 대표 일극체제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내대표는 경선을 안 치르고 추대됐으니 그런 점(일극체제)이 있었다. 하지만 국회의장 선거는 그렇지 않았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제가 당선됐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당을 지나친 일극체제, 이렇게 보기는 어렵지 않나? 민주당은 역시 ‘민주’다.” 그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이재명 대선 캠프에서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이재명과 가까운 게 뭐가 문제인가. 나는 이 대표가 사회경제 개혁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대표를 지지하고 이 대표가 세상 바꾸는 일에 협력할 것이다.”

우 의원은 자신도 친명(친이재명)계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 강성 지지층은 추미애 당선인의 탈락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우 의원을 찍은) 89명을 색출해야 한다”는 거친 주장들도 올라왔다. 탈당 신청이 수천 건 접수됐다는 얘기도 나왔다.

―강성 당원들 항의 문자가 많이 온다고 들었다.

“추 당선인을 지지했던 분들이 문자를 많이 보냈다. 당심이 추 후보를 원했는데 너무 섭섭하다는 얘기들을 하더라. 질질 끌려다니지 말고, 또 무슨 협치한다고 할 일을 미루지 말고 바로바로 해달라는 얘기들이었다.”

강성 친명계인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우 의원의 당선에 대해 “상처받은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미안하다. 당원 중심 정당은 아직 멀었다”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곧장 “아주 부적절한 발언이다. 당원과 당선인 갈라치기”라며 반박하는 등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의 핵심 공약인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법안을 22대 국회에서 즉각 추진해야 하나.

“예전엔 자영업자들이 가게 하나 운영하면 대학까지 애들 다 보냈는데 지금은 1년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급한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원금이라도 줘야 한다.”

―국회의 시행령 사전심사제 도입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헌법상 입법권은 국회에 있다. 법률의 취지와 전혀 다른 시행령은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시행령 통치를 막기 위해 시행령의 범위를 법률 안에서 정하도록 국회에서 사전 심사하겠다. 그 범위 밖으로 벗어나는 것은 국회가 동의하지 않겠다.”

―김진표 의장은 여야 합의 처리를 강조했다.

“국민이 볼 때 김 의장은 좀 답답하다는 느낌을 줬다. 김 의장은 중립을 이야기하는데 양쪽 딱 가운데 서 있는 것을 중립이라 이야기하면 그것은 어폐가 있다고 생각한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우원식#국회의장#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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