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언어영역/고전소설

  • 입력 2008년 5월 26일 02시 58분


현대소설과 다른 ‘3가지 개념’을 확실히 잡아라

《고전소설의 이해방법은 기본적으로 현대소설과 같다. 차이가 있다면 현대소설이 내적 독백, 외부 묘사에 치중하는 데 비해 고전소설은 중심인물들의 대화와 서술자의 개입이 중심이라는 점이다. 고전소설도 현대소설과 마찬가지로 인물들 간의 갈등으로 소설 속 이야기가 전개된다. 따라서 인물의 심리나 성격 파악은 기본이다. 서술상의 특징과 효과 파악, 배경 및 소재의 기능 파악, 어휘의 의미 이해 및 적용, 서사구조의 이해 등은 현대소설과 출제유형이 같다. 다만 고전소설에서는 서사구조에 대한 이해를 묻는 문제가 자주 출제된다. 한동안 ‘창선감의록’이나 ‘최고운전’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 출제되었으나 최근에는 ‘사씨남정기’ ‘유충렬전’ 등 교과서에 실린 낯익은 작품들이 출제되고 있다. 평가원 모의평가의 경우에도 ‘구운몽’ ‘심청전’ ‘박씨전’ 등 잘 알려진 작품이 출제됐는데, 이는 고전소설에서 출제 가능한 작품이 한정돼 있음을 보여준다.》



<표1> 최근 5년간 출제작품 비율 분석(단위: %)
작품 갈래대학수학능력시험평가원 모의평가교육청 모의평가
영웅소설403030
가정소설201020
애정소설202040
판소리, 판소리계소설202010
풍자소설 외-20-

어떤 개념 알아야 하나

고전소설을 이해하려면 다음 개념들을 알아야 한다. 우선 ‘서술상의 효과’다. 이는 특정한 서술 방식을 통해 독자에게 줄 수 있는 효과를 말한다. 그 다음이 서술자(사건을 전개하는 허구적 인물)인데, 고전소설은 서술자의 개입이 두드러지며, 사건에 대한 자신의 견해(편집자적 논평)를 말하기도 한다. ‘골계’라는 개념도 있다. ‘해학미’와 거의 같은 개념으로 쓰이며, 기대와 실제 사이의 모순이나 이상과 현실의 거리감으로 인해 심적 긴장이 갑자기 이완되면서 생긴다. 보통 ‘우스꽝스러움’으로 이해된다. 비현실적인 것을 가리키는 전기성(傳奇性), 인과관계 없이 사건이 벌어지는 우연성(偶然性) 등도 중요하다.

고전소설 이렇게 이해하자

소설은 갈등의 전개가 중요하다. 특히 사건과 연관하여 갈등의 양상을 우선적으로 보아야 한다. 갈등은 주로 대화를 통해서 구체화되며, 갈등의 양상은 더욱 고조되는 경우와 화해로 전환되는 경우로 구분해 출제되는 경우가 많다.

다음 예시문항을 보며 작품 파악의 실례를 보자. 조조, 정욱 등의 인물이 등장하는 가운데, ‘①문제적 상황⇒②문제적 상황에 대한 인물의 대응 방식⇒③문제적 상황의 해결’이라는 사건의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


<표2> 고전소설 예시문항


(가) [중모리] 창황분주 도망을 갈 제 새만 푸루루루루 날아 나도 복병인가 의심하고, 낙엽만 퍼뜩 떨어져도 추병인가 의심하여, 엎어지고 자빠지며 오림산 험한 산을 반생반사 도망을 간다.

(나) [아니리] 조조(曹操) 가다 목을 움쑥움쑥하니 정욱(程昱)이 여짜오되, “승상님 무게 많은 중에, 말 허리에 목을 어찌 그리 움치시나이까?”

“야야, 화살이 귀에서 앵앵하며 칼날이 눈에서 번뜻번뜻하는구나.”

“이제는 아무 것도 없사오니 목을 늘여 사면을 살펴보옵소서.”

“야야, 진정으로 조용하냐?”

조조가 목을 막 늘여 좌우 산천을 살펴보려 할 제, 의외에 말 굽통 머리에서 메추리 표루루루 하고 날아 나니 조조 깜짝 놀라,

“아이고 정욱아, 내 목 떨어졌다. 목 있나 봐라.”

“눈치 밝소. 조그만한 메추리를 보고 놀랄진대 큰 장끼를 보았으면 기절할 뻔하였소그려.”

조조 속없이,

“야 그게 메추리냐? 그놈 비록 자그마한 놈이지만 냄비에다 물 붓고 갖은 양념 하여 보글보글 볶아 놓으면 술안주 몇 점 참 맛있느니라만.”

“입맛은 이 통에라도 안 변하였소그려.”

조조가 좌우 산천을 살펴보니,

(다) [중모리] 산천은 험준하고 수목은 총잡한데, 골짜기 눈 쌓이고 봉우리 바람 칠 제, 화초 목실 없었으니 앵무 원앙이 그쳤는데 새가 어이 울랴마는, 적벽 싸움에 죽은 군사 원조(怨鳥)라는 새가 되어 조 승상을 원망하여 지지거려 우더니라. 나무 나무 끝끝트리 앉아 우는 각 새 소리. 도탄에 싸인 군사, 고향 이별이 몇 해런고.

귀촉도 귀촉도 불여귀라, 슬피 우는 저 초혼조. 여산 군량이 소진하여 촌비 노략 한때로구나, 소텡 소텡 저 흉년새. 백만 군사를 자랑터니 금일 패전이 어인 일고, 입삐쭉 입삐쭉 저 삐쭉새. 자칭 영웅 간 곳 없고 도 망할 길을 꾀로만 낸다, 꾀꼬리 수리루리루 저 꾀꼬리. 들판 대로를 마다하고 심산 숲 속에 고리각 까옥 저 까마귀. 가련타 주린 장졸 냉병인들 아니 들랴, 병에 좋다고 쑥국 쑥쑥국. (중략)

처량하구나 각 새 소리. 조조가 듣더니 탄식한다.

“울지를 말아라. 너희가 모두 다 내 제장 죽은 원귀가 나를 원망하여서 우는구나.”

(라) [아니리] 탄식하던 끝에 ‘히히히, 해해해’ 대소하니 정욱이 기가 막혀, “여보시오 승상님, 근근도생 창황 중에 슬픈 신세 생각지 않고 무슨 일로 웃나이까?”

조조 대답하되,

“내 웃는 게 다름 아니라 주유(周瑜)*는 꾀가 없고 공명(孔明)*은 슬기 없음을 생각하여 웃노라.”

(마) [엇모리] 이 말이 지듯 마듯 오림산곡 양편에서 고성 화광이 충천, 한 장수가 나온다. 얼굴은 형산백옥 같고 눈은 소상강 물결이라. 이리 허리 곰의 팔, 녹포엄신 갑옷, 팔척 장창 비껴들고 당당위풍 일 포성, 큰 소리로 호령하되, “네 이놈 조조야. 상산 명장 조자룡(趙子龍)을 아는다 모르는다? 조조는 닫지 말고 창 받으라!”

말 놓아 달려들어 동에 얼른 서를 쳐, 남에서 얼른 북을 쳐, 생문으로 내리닫아 사문에 와 번뜻! 장졸의 머리가 추풍낙엽이라. 예 와서 번뜻하면 저 가 뎅기령 베고, 저 와서 번뜻하면 예 와 뎅기령 베고, 백송골이 꿩 차듯, 두꺼비 파리 차듯, 은장도 칼 베듯, 여름날 번개 치듯 흥행행 쳐들어갈 제, 피 흘러 강물 되고 주검이 여산이라.

-‘적벽가(赤壁歌)’-

*주유: 조조의 위나라와 적대 관계에 있던 오나라의 대장군.

*공명: 제갈량(諸葛亮). 위나라와 적대 관계에 있던 촉나라의 군사(軍師).

※ 위 글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은? [1점]

①봄빛이 완연한 산 속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②군사를 다 잃은 조조가 정욱과 단둘이 도망가고 있다.

③조조는 숲에 숨어들어 적의 추격으로부터 벗어난 상태이다.

④조조는 큰 낭패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허세를 버리지 않고 있다.

⑤조조는 전쟁통에 죽은 장졸들을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2007학년도 ‘적벽가’ 중에서 출제

위 글은 ①조조가 대패해 도망치는 상황이며, ②조조는 추격을 두려워하면서 위급한 상황에서도 엉뚱한 말을 한다. 또 상황에 맞지 않게 허세를 부린다. ③조조가 주유와 공명을 비웃다가 갑자기 나타난 조자룡에게 대패한다. 이런 상황의 흐름을 파악했다면 소재의 기능 및 의미를 파악해야 하는데, 새 울음소리는 죽은 군사들의 원망과 탄식이라는 의미와 함께 어리석고 무능한 조조(권력층)에 대한 서민들의 비판임을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가사체를 중심으로 한문투가 많다는 점, 인물의 언행을 과장해 희화화함으로써 해학성을 유발하고 골계미를 구현한다는 점을 알 수 있어야 한다.

판소리에 대한 이해도 필수

판소리 혹은 판소리계 소설은 민중의 삶을 잘 반영하고 있고 그 속에 담긴 풍자와 해학이 높은 문학성을 갖고 있어 판소리 다섯 마당이 모두 출제될 만큼 자주 출제됐다. 판소리만의 특징을 알아두면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된다.

판소리는 창자가 고수의 북 장단과 추임새에 맞춰 서사적 이야기를 소리와 아니리(산문으로 된 요약서술, 짤막한 대사)로 엮어 발림(노래를 부르면서 하는 무용적 동작)을 곁들이며 구연하는 구비 서사문학으로, 18세기를 전후해 광대라 불리는 천민 예능인에 의해 형성됐다. 판소리는 비합리적 요소와 봉건윤리를 강조하는 측면이 없지 않은데 비합리적 요소는 민담의 잔재로, 봉건윤리는 판소리의 상승 과정에서 양반 지배층에 영합한 결과로 보인다. 판소리는 평민문학 입장에서 양반문학을 수용한 것이기 때문에, 소박하고 익살맞은 서민문학적 체취와 고고하고 우아한 멋을 추구하는 양반문학의 특징도 나타난다.

서사 구조에 있어서는 정서적 긴장을 주는 창 부분과, 긴장된 정서를 이완시키는 아니리 부분의 교체가 연속되는 가운데 흥미로운 부분을 특별히 확대 부연하는 장면의 극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또 내용상 특징으로는 절망적인 상황을 웃음으로 극복하는 해학을 통한 전환, 창과 사설의 조화 등이 나타난다.


<표3> 판소리 대표 문항

60.위 글과 <보기>를 비교해 보았다.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놀부 심사가 터무니없어 부모 생전 나눠준 전답을 홀로 차지하고, 흥부 같은 어진 동생을 구박하여 건넛산 언덕 밑에 내떨고, 나가며 조롱하고 들어가며 비양거리니 어찌 아니 무지하리. 놀부 심사를 볼작시면 초상난 데 춤추기와 (중략) 이놈의 심술은 이러하되, 집은 부자라 호의호식하는구나. 흥부는 집도 없이 집을 지으려고 집 재목을 구하러 갈 양이면 만첩청산 들어가서 작은 나무 큰 나무를 와드렁 퉁탕 베어다가 안방 대청 행랑 몸채 내외분합 물림퇴에 살미살창 가로닫이 입구[口] 자로 지은 것이 아니라 이놈은 집 재목을 구하려고 수수밭 틈으로 들어가서 수숫대 한 뭇을 베어다가 안방 대청 행랑 몸채 두루 짚어 말집[斗屋]을 꽉 짓고 돌아보니 수숫대 반 뭇이 그저 남았구나. -경판본 흥부전-

-비교 항목위 글<보기>
흥부의 내면 심리드러남드러나지 않음
인물에 대한 서술자의 평가드러남드러나지 않음
놀부 행위의 명분과 논리제시됨제시되지 않음
인물 간의 대립 원인양쪽에 있음한쪽에 있음
형상화 방식말하기+보여주기말하기
2004학년도 대비 9월 모의평가 신재효 ‘박타령’

어떻게 준비할까

소설은 현대, 고전을 막론하고 인물·사건·배경·서술방식을 중심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런데 고전소설은 사건의 주제, 구성, 흐름 등이 단순하고 인물도 전형적이며 평면적이다. 더불어 문체 또한 고정적이다. 따라서 현대소설에 비해 문제의 출제요소가 단순하고 제한적이다. 출제 가능한 작품도 한정적이므로 문학교과서에 실려 널리 알려졌지만 아직까지 출제되지 않은 작품이나, 작품성은 있지만 낯선 작품에 주목해야 한다. 그런 작품들을 읽으면서 “어떤 인물이 나와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 있고, 어떻게 그 상황에 대처하는지”를 따져본다. 또 대부분의 고전소설이 중국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 착안해 중국영화를 보면서 문화적 친밀도를 높이거나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 같은 영화를 보면서 수업내용과 비교해 보면 도움이 된다.

이만기 엑스터디 언어영역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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