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가 답답할수록 기업투자 소식 목마르다

  • 입력 2008년 5월 18일 22시 58분


전남 여수시는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준비로 바쁜 와중에 기쁨에 넘치는 선물을 받았다. GS칼텍스가 국내 정유업계에서 단일 프로젝트로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제3 중질유분해탈황시설(HOU)을 여수에 짓기로 한 것이다. HOU는 벙커C유 같은 중질유를 휘발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바꾸는 공장으로 ‘땅 위의 유전(油田)’이라고 불린다. 하루 생산량 11만3000배럴 규모의 공장을 2010년까지 건설하는 데 고용되는 인력이 연인원 300만 명이다. 공장이 정식으로 가동되면 ‘질 좋은 일자리’가 쏟아져 나온다. 사람이 모이고 돈이 풀리면 지역 경제에 활기가 돌 것이다.

GS칼텍스가 2011년까지 투자할 금액은 제3 HOU를 포함해 5조 원이 넘는다. 다른 기업들의 투자 행보도 빨라졌다. LS전선은 강원 동해시에 국내 최초로 해저 케이블 공장을 짓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전북 군산시에 1조2000억 원을 들여 조선소를 건립한다. 국내 대기업들이 최근 한 달 사이에 발표한 굵직한 투자 계획만 10여 건에 이른다. 여유 자금을 쌓아놓고도 몸을 사렸던 기업들의 도전 정신이 살아나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이 지방자치단체의 전폭적인 지원 및 노사관계 안정과 맞물려 이뤄낸 결실이라고 해석한다. GS칼텍스 측은 “정부의 투자활성화 정책이 미래의 기업환경에 대한 불안감을 감소시켜 투자 의사결정에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모처럼 기업 현장에서 살아난 투자의 불씨를 키워 생산과 고용, 소비가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기업들의 투자 확대는 정치에 대한 실망감이 커져가는 국민에게 가뭄 속 빗줄기처럼 시원한 소식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17대 국회 통과는 사실상 물 건너갔고, 민생법안 처리도 기약하기 힘든 실정이다. 정치권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이때 생산과 고용의 주체인 기업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면 국민 사이에 ‘다시 해보자’는 의욕이 용솟음칠 수 있다.

한국이 정치적 사회적 격동을 겪으면서도 세계 10위권의 부(富)를 이룬 것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에 힘입은 바 크다. 기업의 투자만큼 효과가 큰 복지정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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