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원평가제 법안 폐기시킨 17대 국회의 배임

  • 입력 2008년 5월 14일 23시 03분


교원평가제 시행 근거가 될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그제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안건으로 채택되지 못해 제17대 국회 임기만료(31일)와 함께 자동 폐기된다. 이로써 내년 3월부터 교원평가제를 전면 실시하려던 정부의 계획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교원평가제를 다시 살려내려면 제18대 국회에서 입법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다수 국민의 염원을 외면한 17대 국회의 직무유기와 배임(背任)을 나무라지 않을 수 없다.

교원평가제 법안은 2006년 말 정부 입법으로 국회에 제출됐다. 당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2.1%가 이 법안에 찬성했다. 교사들을 평가해 경쟁력을 키우고, 이를 통해 공교육을 혁신해 달라는 국민의 열망이 그만큼 뜨거웠던 것이다. 그럼에도 국회 교육위원회는 1년 반 동안 이에 반대하는 교원단체들의 눈치만 봤고 법안은 결국 휴지가 됐다.

심지어 일부 의원은 교원단체들의 반대운동에 동조하기도 했다. “교원평가제는 교육정책 실패의 책임을 교원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고, “교원에게 부담을 줄 수 있고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뇌었다. 국민의 세금으로 1인당 연간 4억 원이 넘는 활동비를 받는 의원들이 정작 국민의 뜻은 무시하고 교사들의 ‘철밥통’을 지켜주는 데 앞장선 것이다.

정부 법안은 평가결과를 교원의 능력개발 자료로만 활용하도록 돼 있고, 승진이나 성과급과는 관련이 없을 만큼 내용이 크게 완화됐다. ‘무늬만 평가’에 불과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런데도 국회는 이조차 깔아뭉개 버린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교원평가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부가 기존 법안을 그대로 국회에 다시 제출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선진국처럼 무능한 교사를 퇴출시킬 수 있는 근거까지 담은 새 법안을 내놓아야 하고, 제18대 국회는 국민의 뜻에 따라 강화된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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