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쇠고기, 정부는 自省하고 야당은 수습에 협력해야

  • 입력 2008년 5월 13일 22시 49분


미국 정부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쇠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예고 조치에 수락의사를 표명했다.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한국 총리의 성명을 수용하고 지지하며 다른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 합의로 한국 내 여론이 악화되자 미국이 우리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것이다.

미국이 협상 후 태도를 바꾸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국민이 불안해하는 부분을 다소 보완할 수 있게 됐다. 광우병이 발생했는데도 즉각 쇠고기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은 국제수역사무국(OIE) 규정을 따랐다 하더라도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킬 소지가 있었다. 정부가 국민감정을 고려해 조금만 더 협상에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이 정도는 미리 양보 받을 수 있었다고 본다.

정부의 이번 협상은 시기와 내용 면에서 미숙함을 드러냈다. 한미정상회담과 맞물려 협상 타결을 서두른 듯한 인상을 준 것도 잘못이지만 내용 면에서도 ‘광우병 괴담’의 빌미를 주었다.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한 것이라도 일본 대만 등 다른 나라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30개월 이상 소의 수입을 우리가 앞서 허용한 것은 협상이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갔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의 동물성 사료 관련 연방관보 내용을 정부가 오역(誤譯)해 보도 자료를 만든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실수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협상의 문제점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국민 건강과 식품 안전에 관한 문제에서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고 인정한 만큼 협상 부실로 쇠고기 파문을 키운 데 대한 총체적인 자성이 필요하다. 다른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등 앞으로 닥칠 다른 굵직한 협상에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가능하다면 15일로 예정된 ‘쇠고기 고시(告示)’를 연기해서라도 추가 보완책 마련과 함께 야당과 국민 설득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국민도 이제 냉정을 찾아야 한다. 정부의 협상 미숙과 광우병 위험은 별개의 문제이다. 미 하원도 자국산(自國産) 쇠고기 안전문제에 대한 자체 청문회를 열겠다고 하지 않는가. 야당과 시민사회도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 국익을 지키고 국민 불안을 덜어주는 길인지 냉철히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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