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재룡의 펀드이야기]툭하면 바뀌는 펀드매니저

  • 입력 2008년 4월 28일 02시 59분


교체이유 꼬치꼬치 물어야

선진국에서는 투자자들이 대형 펀드를 운용하거나 최고의 수익률을 내는 펀드매니저의 이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펀드들이 담당 펀드매니저의 이름을 의무적으로 공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펀드매니저의 이름을 투자자들이 알기가 쉽지 않다.

자산운용협회에 공시된 펀드매니저 이름을 보면 개인의 실명 대신 주식운용팀, 주식운용본부라고 밝힌 경우가 많다. 펀드매니저의 실명을 밝히더라도 워낙 자주 바뀌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이름을 외울 틈이 없다.

지난 1년간 펀드매니저 변경공시를 한 횟수는 5700건이 넘는다. 이처럼 툭하면 펀드매니저를 바꾸기 때문에 투자자로서는 펀드를 신뢰하기 어렵다.

외국에서는 신입사원을 채용해 다년간 교육해 펀드매니저로 키운다. 일단 신입사원이 학교나 전문기관에서 연수를 받게 한다. 펀드매니저로서 자질이 있다고 확신하면 증시나 기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로 6, 7년 이상 일하게 한다. 또 일본 도쿄(東京), 홍콩, 싱가포르, 영국 런던과 같은 전 세계 금융 중심지를 두루 돌면서 근무하게 한다.

이렇게 수년간 고생하다가 적성에 맞는 펀드를 맡은 펀드매니저는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오랫동안 한두 개의 펀드를 맡아 운용한다. 그러다 보니 펀드매니저의 평균 재직 기간이 15년 이상 된 회사가 많다. 펀드운용 성과에 대한 평가와 보상도 상당히 합리적으로 한다.

반면 한국의 상황은 매우 열악하다. 펀드매니저로 키우기 위해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자산운용회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신입사원으로 뽑아 애써 키워놓으면 다른 회사에서 스카우트해 가는 일이 많아 사람 키우길 꺼린다. 그저 여러 증권 관련 회사에서 2, 3년 일한 사람을 채용해 팀원으로 일을 시키다가 대충 펀드매니저로 임명한다.

또 국내 자산운용회사들은 영세한 데다 펀드운용의 역사가 짧다 보니 펀드매니저를 회사 안에서 키우는 일이 드물다. 운용을 책임지는 운용팀장이나 운용본부장, 심지어 최고경영자도 수시로 외부에서 데려온다. 이들은 겨우 3, 4년 근무하다 해고되기도 한다. 상당수 펀드매니저는 연봉을 좀 더 주는 곳으로 철새처럼 이동하면서 40대 이후 자신의 앞날을 항상 걱정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한국 펀드산업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펀드를 고를 때 펀드매니저의 이름을 꼭 물어보자. 펀드매니저가 바뀔 때마다 펀드를 판매한 금융회사 창구직원들에게 이유를 꼬치꼬치 캐물어야 한다. 만약 창구직원이 펀드매니저에 대해 제대로 대답을 못하면 높은 판매보수를 왜 받느냐고 항의하면 된다.

펀드의 ‘주연 배우’는 펀드매니저다. 우수한 펀드매니저를 찾아내는 습관을 들이면 좋은 펀드를 쉽게 고를 수 있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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