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동맹 질적 격상, 큰 國益으로 발전시켜야

  • 입력 2008년 4월 20일 23시 05분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간의 첫 정상회담은 성공적이었다. 두 지도자는 지난 10년간 양국 사이에 알게 모르게 쌓였던 불신과 오해를 해소하고, 한미 관계를 전통적 우방관계에서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 시장경제의 가치와 신뢰를 바탕으로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21세기 전략적 동맹으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반세기 이상 한국 안보와 동북아 평화 유지에 기여해 온 한미동맹은 질적(質的)으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게 됐다. 냉전시기의 군사적 정치적 목적 외에 공유하는 가치(價値)가 양국을 이어주는 요소로 추가됨으로써 관계는 더 긴밀해지고 내용은 한결 알차졌다.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한 분명한 청사진을 갖게 됨으로써 안보 불안 해소는 물론 국가 위상을 높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시 대통령은 19일 캠프데이비드 기자회견에서 “좋은 관계는 공동의 가치를 기반으로 해야만 가능하다”며 “(이 대통령이 추구하는) 여러 가지 가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 미래를 향해 함께 걸어 나가겠다”고 화답했다.

지난 정권에서 우리 국민은 한미 정상회담을 늘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봐야 했다. 설익은 자주론(自主論)이나 대북 포용정책의 지나친 강조로 회담이 오히려 갈등을 심화시키는 경우가 많아서였다. 그런 걱정을 덜 수 있게 된 것만도 큰 소득이다. 아울러 북한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에 한미동맹의 힘과 정상 간의 우의를 과시함으로써 우리가 누리게 될 파급효과도 적지 않을 것이다.

손에 잡히는 실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상회담은 공허한 의전행사가 되기 쉬운 법인데 부시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연내 비준동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인의 연내 무비자 미국 입국 시행과 주한미군의 2만8500명 수준 유지도 약속했다. 정상 간에 신뢰가 생겼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우리는 본다.

그럼에도 7월 서울에서 열릴 2차 한미 정상회담으로 넘어간 다른 과제들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미국이 요구하는 아프간 추가 파병,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주한미군 주둔경비 분담 확대 등은 논쟁이 불가피하다. 자칫하면 국론분열이 초래될 수도 있고, ‘캠프데이비드 숙박비’가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이번 정상회담이 남북 북-미 관계에 미칠 영향도 낙관하기 힘들다. 한미 정상은 북핵 프로그램 신고와 검증을 철저히 하겠다며 북핵 폐기 과정을 적당히 넘어가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북한을 대화로 끌어들이기 위한 새로운 제안은 내놓지 못했다. 이 대통령이 미 대선후보들을 만나지 못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정부의 면밀한 정상회담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 한미동맹의 질적 격상과 정상 간 친분이 국익 극대화로 이어지도록 정교한 전략을 짜야 한다. 회담 결과를 국민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일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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