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상수지 적자 급증, 대외惡材탓만이 아니다

  • 입력 2008년 4월 14일 22시 27분


경상수지 적자폭 확대 추세가 심상치 않다.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로 반전된 것도 걱정스러운데 규모가 자꾸 불어 올해 100억 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제유가 곡물가 등 원자재 값이 많이 오른 탓이 크지만 외부요인 핑계만 대고 있을 일은 아니다.

한국석유공사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올해 유가 전망치를 종전보다 배럴당 10달러 높은 80달러 중후반대로 잡을 예정이다. 이를 메울 다른 방안이 없다면 올해 경상수지 적자는 정부의 당초 전망치 70억 달러보다 대폭 늘어 최대 120억 달러까지 예상된다고 한다. 올 1, 2월 누적 적자만 51억 달러에 이른다. 작년 말부터 경상수지에 경고음이 울렸건만 당국은 ‘우리 경제가 감당할 정도의 규모’라며 안이하게 대처한 감이 있다.

경상수지 적자는 일자리 창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뿐더러 우리처럼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의 경우 심리적 불안을 키우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당장 외국인 투자가들이 한국 경제의 이상 신호로 받아들일 우려가 있다. 경상수지 적자 구조가 고착되는 사태를 피하려면 외화가 빠져나가는 구멍을 항목별로 철저히 점검해 최소화해야 한다.

중국과 인도의 경제성장 및 석유 매장량의 고갈로 유가가 내려가기는 어려운 구조다. 장기적으로 에너지 절약과 대체 에너지 개발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하고 원자력 발전 비중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서비스 산업에 대한 지나친 규제와 중과세(重課稅) 부담이 해외 소비를 부추기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 2000년 이후 해외여행 경비는 매년 20%씩 늘어 2006년에는 관광수지 적자만 85억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로 힘들게 번 돈을 해외여행 유학 골프관광으로 다 쓰는 셈이다.

정부는 최근 부문별로 ‘서비스 수지 개선대책 추진계획’을 발표했지만 최종단계까지의 실천이 관건이다. 내국인이 국내에서 돈을 쓰고 외국인이 한국을 찾게 하려면 경쟁 촉진과 규제 완화, 진입장벽 제거를 통해 특히 고급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국제 수준으로 높이지 않으면 안 된다. 원자재의 상당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는 수출품의 부가가치를 높일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도 지속적으로 이루어내야 한다.

모든 대책에는 타이밍과 속도(速度)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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