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민호]촬영명소 개발해 관광산업 활용하자

  • 입력 2008년 3월 27일 03시 01분


오락·교양 방송,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에 이르기까지 해외촬영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2005년 방송된 TV 미니시리즈와 주말 드라마 50편 중 무려 14편이 해외에서 촬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먼저 이국적 풍경으로 시청자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가 작품의 완성도보다는 시청률에서 판가름 나기 때문에 해외의 이국적 풍경이 시선을 끄는 데 유리하다. 또 공간을 국외로 확장해 다양한 소재와 이야기를 발굴할 수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성공은 참신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대본과 연출력, 그리고 출연진의 연기력에서 결정된다는 기본 명제에 비추어 볼 때 무분별한 해외촬영만이 프로그램의 필수적인 성공 요소는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관광수지 적자 폭이 지속적으로 커지는 것을 걱정한다. 국내 관광 외국인 수는 크게 늘지 않으나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해외촬영이 관광수지 적자를 증폭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해외촬영을 통해 세계의 곳곳이 직간접적으로 소개되면서 가보고 싶다는 동경을 유발해 해외여행을 부추기는 부작용도 있다.

해외촬영의 주된 스폰서는 여러 나라의 관광청과 항공사이다. 이들이 돈을 대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기 나라를 관광지로 알리기 위함이다. 따라서 프로그램의 많은 내용이 각국의 명소를 관광상품화하거나 관광안내를 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으며, 스폰서의 규모가 클수록 홍보 마케팅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경향은 더 뚜렷하다.

하지만 해외촬영의 장점을 일방적으로 무시할 수는 없다. 따라서 국내촬영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내외 방송 프로그램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전국의 경쟁력 있는 촬영지를 소개하는 로케이션 팸투어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울러 장기적 관점에서 새 촬영지를 발굴하고 관리하는 촬영지 데이터베이스도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 업계, 정부가 협력한다면 우리나라도 전 세계인이 함께 보고 감동받는 문화예술 걸작품의 주요 배경이 될 수 있다.

조민호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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