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연아에겐 기립박수… 심판 판정엔 야유

  • 입력 2008년 3월 22일 03시 00분


배경 음악 ‘미스 사이공’이 멈췄다. 김연아도 연기를 끝내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스칸디나비움 경기장을 가득 메운 1만5000여 명의 관중은 부상 통증에도 깔끔한 연기를 선보인 김연아를 향해 아낌없는 기립 박수를 보냈다. 키스앤드크라이 존(선수들과 코치진이 경기 결과를 기다리는 곳)에서 김연아는 미소를 지으며 팬들의 환호에 답했다.

전광판에 김연아의 점수가 떴다. 그러나 앞선 선수들보다 다소 낮은 구성점수가 나오자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김연아와 브라이언 오서 코치도 잠시 굳은 표정을 보였다.

트리플 러츠 실수를 제외하고는 깔끔한 연기를 선보인 김연아의 구성점수는 58.56점.

점프 뒤 두 번이나 손을 짚은 이탈리아의 카롤리나 코스트네르(58.52점)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 경기를 마치고 유럽 심판들의 ‘텃세 의혹’이 기자들 사이에서 나왔다. 여자 싱글 종목 12명의 심판 중 9명이 유럽 출신이었기 때문. 김연아에 이어서 연기한 아사다 마오는 이런 텃세를 벗어난 듯 보인다. 한 일본 기자는 “김연아에게 낮은 점수를 준 게 미안해서 아사다에게 높게 준 것 같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김연아는 “생각보다 점수가 낮게 나온 면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김연아의 동메달이 더욱 값지게 보이는 대목이다.

예테보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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