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자재 값 폭등 부담, 대기업과 中企가 나눠야

  • 입력 2008년 3월 19일 23시 01분


수도권 레미콘업체들이 어제부터 생산을 중단해 건설업체 대부분이 콘크리트 작업을 멈췄다. 이 바람에 경기 동탄신도시 등 건설현장의 공사가 큰 차질을 빚었다. 레미콘업체들은 “시멘트 모래 등 재료비가 올랐으니 레미콘 가격을 12.5% 올려 달라”면서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수요자인 건설업계는 “협상을 하려면 먼저 공급 중단을 풀라”면서 작년 수준인 3∼4% 정도의 인상이 적절하다고 맞선다.

대기업 납품 가격에 대한 중소업체들의 불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그 갈등을 풀기는 쉽지 않다. 정부가 개입해 해결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각종 원자재 값이 1년 사이 50%가량 급등한 비상(非常) 상황이다. 국제유가는 더 뛰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응한 많은 중소기업은 “원자재 값 상승이 올해 최대의 경영 애로”라고 답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600개 제조업체를 조사했더니 거의 절반의 업체가 투자의 걸림돌로 원자재 가격 상승을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기업에 모든 부담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제시한 ‘납품가격 연동제’가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 원자재 값이 오르는 정도에 따라 납품가격을 올려주는 방식이다. 중소기업청도 이 제도 도입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 있다. 원자재 값이 올라도 중소기업의 60%는 이를 제품 값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연동제가 시행된다면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김 회장과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이 며칠 뒤 납품단가 조정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할 때 실질적인 상생(相生)방안을 찾기를 기대한다.

레미콘업체들의 생산 중단에 앞서 자동차 제조회사에 납품하는 일부 주물업체도 납품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납품을 중단했다. 아스콘, 단조, 제관, 플라스틱 업체들도 집단행동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어려움은 이런 실력대결로 풀 문제가 아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원가 인상분을 최대한 흡수할 수 있도록 생산성 향상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부담을 나누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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