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임경순]이러다간 노벨과학상 멀어진다

  • 입력 2008년 3월 17일 02시 53분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IMD) 국가 평가에서 과학경쟁력 7위 및 기술경쟁력 6위, 국가 과학기술 연구개발 투자비(국내총생산 대비) 세계 5위, 이것은 지난해 우리를 놀라게 했던 우리나라 과학기술 경쟁력의 대표적인 지표다. 세계적인 수준의 반도체, 조선, 자동차, 철강 산업 생산량 이외에도 외형상 이제 우리나라는 세계 수준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보유한 국가가 되었다.

새 교육과정 수학 과학 기피 조장

급기야 새로운 이명박 정부는 2012년까지 과학기술 연구개발 투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로 향상시키고, 국가 연구개발 투자를 현재 세계 1위인 이스라엘(GDP 대비 약 4.5%)을 제치고 세계 1위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화려한 외형적 성적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아직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1명도 배출하지 못한 실정이어서 적어도 노벨 과학상의 순위로 보면 세계 28위에 머물고 있다. 산업 생산량과 과학기술 투자 지표상에서 높은 양적 팽창은 있었지만, 새로운 아이디어에 바탕을 둔 신산업 창출이나 창의적인 과학자의 육성에는 많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이야기다.

과학기술기본법이 시행되고 연구개발 투자가 꾸준히 향상되어 우리나라는 정부 과학기술 연구개발비 10조 원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지만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앞날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연구개발 투자의 꾸준한 증대와 산업 생산력 향상에 힘입어 국가의 전반적인 과학기술 경쟁력은 향상되었지만, 과학기술 분야의 미래를 담당할 후속 세대의 양성과 우수한 과학기술 인력의 안정적인 확보 문제는 우리나라 미래의 청사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현재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제7차 교육과정은 말할 것도 없고, 2009∼2013년에 적용될 새 교육과정도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이 교육과정에서는 학생들로 하여금 다양한 과목의 선택을 가능하게 하고, 또한 수준별로 심화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식으로 ‘선택 중심의 수준별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안은 외형상 그 명분은 그럴듯하지만 실제로는 학생들이 어려운 과학 과목을 기피하게 만들어 우리나라의 수학 과학 교육의 기반을 붕괴시킬 위험성이 농후하다.

50년 전 미국은 옛 소련이 먼저 발사한 스푸트니크호의 충격 이후에 국가의 미래를 위해 수학과 과학 교육을 강조해야 한다고 난리를 피운 적이 있었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1980년대 이후 수학과 과학 교육에 대한 관심이 점차로 식어 오늘날에 와서는 과학기술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리게 되었다.

고급 과학인력 육성정책 펼쳐야

급기야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은 미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2015년까지 과학 수학 및 기술 분야의 졸업생 수를 갑절로 늘릴 필요가 있으며, 높은 기술을 소유한 기술인재들이 미국으로 더욱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이민정책까지 개혁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과학기술부가 교육과학기술부로 통합되고 연구개발에서 실용적인 측면이 강조되면서 가장 염려되는 부분은 국가가 중점적으로 투자해야 할 기초·원천 기술 및 공공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고, 특히 과학기술 후속 세대 및 고급 과학기술 인력에 대한 안정적인 육성 정책이 표류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새 정부가 교육과 과학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개혁을 시도하고 있는 지금, 한국의 미래가 수학과 과학의 경쟁력에 달렸다는 해묵은 주장이 다시금 우리에게 절실하게 다가오고 있다.

임경순 포스텍 교수·과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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