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새 정부 ‘얼리 버드’ 지치진 않을까

  • 입력 2008년 3월 10일 02시 59분


새 정부 출범 이후 ‘얼리 버드(early bird)’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영어 속담에서 온 말이죠.

청와대에서 시작된 얼리 버드 바람은 금융업계에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전광우 신임 금융위원장이 대표적인 ‘새벽형’이죠. 그는 “세계은행 등에서 일할 때부터 오전 5시에 일어나 6시 반이면 사무실에 도착했다”고 하더군요. 전 위원장은 임명 발표 다음 날인 6일 오전 7시에 금융위원회 업무보고를 받았습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의 합동회의 시간도 오전 8시로 1시간 앞당겼습니다.

박대동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이번 주부터 간부회의를 오전 9시에서 8시로 조정했습니다. 이미 지난해 말 임원회의를 8시로 앞당긴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는 최근 “앞으로 부서장, 팀장급 회의도 오전 9시 전에 모두 마치도록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유재한 주택금융공사 사장도 본부별 부서장 회의를 9시에서 8시로 앞당기고 오전 9시의 사장 주재 혁신협의회를 7시 조찬모임으로 바꿨습니다.

일찍 출근해 하루를 준비하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공무원들이 1시간 일찍 일어나면 국민들은 1시간 늦게 일어나도 된다”며 공직자들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중앙부처에는 주말에도 출근하는 공직자가 많습니다. 이른바 ‘노 홀리데이’입니다.

하지만 이른 출근과 휴일 근무로 업무효율도 높아질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습니다. 삼성그룹은 1993년 오전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의 ‘7·4제’를 도입했다가 2002년 ‘8·5제’로 바꿨습니다. ‘너무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고 다른 회사와 업무시간을 맞추기도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으로 24시간 시장이 열리기 때문에 금융업계는 야근이 잦은 편입니다. 근무시간이 길어지고, 휴일마저 쉬지 못하면 직원들의 신체리듬이 깨지기 쉽습니다. 벌써 입술 부르튼 공무원이 많다지요. 특히 이것이 ‘보여주기 위한 근면’ ‘강요된 부지런함’이라면 문제는 더 클 것이라는 걱정이 듭니다.

김상수 기자 경제부 ss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