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경욱]영농기계 임대 장려하면 농기계산업 타격

  • 입력 2008년 1월 2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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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대선 공약으로 추진됐던 농기계 반값 공급정책이 폐지되자 농기계 시장은 절반으로 곤두박질쳤다. 농민은 농기계 구입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고, 농기계 산업은 존재 여부가 위태로운 상태로 빠졌다. 반값 공급정책으로 인한 시장 왜곡은 농민과 농기계 산업의 과잉투자를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 기계화는 역대 정부가 추진해 온 가장 성공적인 농업정책이다. 1960년대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추진되면서 농업 기계화가 함께 추진됐다. 이는 공업발전을 위한 인력공급과 안정적 식량생산에 기여했다. 기계화 확대로 영세농은 임작업 또는 위탁영농으로 힘든 농사일로부터 해방됐고, 많은 농업인은 경영 규모를 확대해 경쟁력 있는 농업생산이 가능했다. 농기계는 제조업체의 공작기계와 같아 농업 생산을 위해선 없어서는 안 될 자본재이다. 따라서 값싸고 품질 좋은 농기계 공급은 농업생산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절대조건이다.

최근 효율적인 농업기계화를 위한 정책의 하나로 농기계 임대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농업기술센터에서 농민에게 다양한 농기계를 임대함으로써 농민의 농기계 구입부담을 줄여 주는 정책이다. 그러나 이 정책의 기본 취지가 잘못 인식될 때는 10년 전 경험하였던 혼란과 피해를 반복할 우려가 있다.

임대 농기계는 사용시간이 짧고 사용 횟수가 많지 않고, 구조가 간단해 고장률이 낮은 기계로 많은 사람이 서로 빌려 쓸 수 있는 기종이어야 그 효과가 높다. 이런 기종은 주로 소형 단순작업 기계와 트랙터 부착이 가능한 각종 작업기로 국한된다. 임대사업이 마치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등과 같은 적기 사용이 필수적이고 철저한 정비와 관리가 필요한 농기계를 누구나 임대해 쓸 수 있다는 것으로 오해돼 농민들의 기대감만 높인다면 농기계 시장이 다시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

국내 농기계 산업은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 시장을 확보해 농산업 분야에서는 최고의 수출액을 기록하고 있다. 건실한 농기계 산업의 육성과 안정적인 농기계 공급은 농업 생산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인 또 하나의 조건이다.

김경욱 바이오시스템소재학부 서울대 교수·한국농업기계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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