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구글 대학

  • 입력 2008년 1월 17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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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는 ‘책 읽는 대한민국’ 코너에서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권’이란 제목으로 매일 한 권씩을 소개하고 있다. 로버트와 미셸 루트번스타인 부부가 쓴 ‘생각의 탄생’도 그중 하나다. 추천한 박맹호 민음사 회장은 “현대는 창조성이 국가의 부(富)를 결정하는 시대다. 낡은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새로운 비전을 국민에게 보여 주었으면 한다”고 권독 이유를 밝혔다. 어떤 경세치국론(經世治國論)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담론이요 지혜다.

▷전문화 추세가 가속되면서 지식이 파편화하고 있다는 것이 루트번스타인의 문제 인식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지만 정작 그 기원과 의미, 활용 방법에 대해선 정확히 모르고 있다. 지식의 양은 늘어나지만 종합적 이해력과 창의력은 퇴보하고 있다. 지식은 넘쳐나지만 지혜는 빈곤하다. 이런 현상을 초래한 중요한 원인의 하나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는 ‘인터넷 지식’에 있다.

▷언론학계의 떠오르는 별인 영국 브라이턴대의 타라 브라바즌 교수가 16일 “요즘 대학들은 ‘구글 대학’이 됐다”고 꼬집었다. 학생들은 진지하게 학문을 탐구하기보다는 인터넷을 이용해 답만 빠르게 얻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대해서도 “논쟁이 배제된, 합의된 정보만 제공해 창의력을 잃은 세대를 양산한다”고 지적했다. 이 말에 속이 뜨끔할 사람이 한둘이랴. 대학교수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인터넷에서 리포트를 짜깁기해 제출하는 학생들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속도와 정확성에서 구글을 따라잡을 검색엔진은 없다. 매일 6500만 명이 35개 언어로 접속해 2억5000만 건 이상을 검색한다. 구글이나 위키피디아가 지식의 확산, 정보격차의 해소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것들이 제공하는 지식은 획일적이고 파편화된 지식이다. 21세기는 창의력 있는 소수가 끌고 가는 시대다. 똑같은 지식 모자이크로 무장한 ‘구글 대학생’만으로는 새 시대를 헤쳐갈 수 없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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