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돋보기]강남 재건축아파트 값 들썩일 이유 없는데

  • 입력 2007년 12월 2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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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수상하다. 이번에도 역시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술렁거리고 있다.

그간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실오라기만 한 ‘재료’가 포착돼도 들썩이곤 했다. 거래 없이 호가(呼價)만 오르다가 그 가격이 시세로 굳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재건축 규제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로 매물이 회수되고 있다.

압구정동 구현대아파트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평형대별로 매물이 1개 정도밖에 안 된다. 재건축에 우호적인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달 초에 이미 매물이 들어갔다”고 전했다.

개포동 주공 1단지는 1주일 새 3000만 원가량 값이 뛰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101m² 기준)도 한 달 전 호가가 9억 원가량이었지만 지금은 최고 11억 원에 이른다.

이 당선자의 공약 중 하나가 재건축 규제 완화인 것은 틀림없다. 실제로 용적률(대지 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을 10%포인트 높여 주겠다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이 단서조항이 붙는다. 용적률 상승으로 늘어난 주택은 공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인수해 신혼부부 등에게 공급한다. 개발이익 환수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소형평형 의무 건립 비율 등도 당분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더욱이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부가 ‘강남과의 대결’에서 번번이 패했던 과정을 5년간이나 봐 왔다. 재건축 아파트의 휘발성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는 규제 완화 가능성만 부풀려져 있을 뿐 단서조항은 애써 외면하는 분위기다. 얼마 전 ‘종합부동산세 폭탄’까지 맞았으니 이참에 분풀이라도 하자는 듯하다.

물론 강남은 현 정부가 주장한 것처럼 가수요만으로 똘똘 뭉친 곳은 아니다. 교육 여건이나 각종 기반시설이 끊임없이 실수요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빈약한 근거에 기초한 호가를 시장가치가 반영된 적정 가격이라고 정당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과 같은 조건에서는 용적률을 조금 올린다고 해서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여지도 없을뿐더러 개발이익 가운데 일정 부분은 공공의 이익으로 환원돼야 한다는 공감대도 적지 않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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