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프리드먼]온난화 눈감은 美, 어느 별에서 왔소?

  • 입력 2007년 12월 2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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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과 이스라엘 사이의 평화 협상이 현실적인지 판단하고자 한다면? 간단한 방법이 있다. 중동 전문가들의 설명이 필요할 지경이라면 그 협상은 현실적이지 않다. 지구 온난화 문제도 같다고 생각한다. 환경 전문가들이 설명을 해 줘야 할 정도라면 현실적인 협상은 아니다.

나는 환경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10명의 전문가를 찾아 설명을 들었다. 그럼에도 이 회의에서 도출된 로드맵이 어떤 진전을 이뤘는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물론 190개 나라가 온실가스를 줄이고자 마련한 새 체제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온실가스를 줄이기 시작하기도 전에 북극과 남극이 모두 녹아 버릴 수도 있겠다는 게 솔직한 느낌이다.

이 체제보다 나은 방법은 미국이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깨끗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국가이면서 계속 번영한다는 모습을 미국이 보여 주면 세계가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겠는가.

유감스럽게도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부시 행정부는 진실성이 결여됐다. 지난 2년 동안 청정에너지와 바이오연료 육성 방안 등 친환경적 프로그램에 착수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13일 발리에서 미국 협상단이 대규모 브리핑을 열자 전 세계의 환경운동가들이 이를 경청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 환경운동가들은 미국 협상단이 부시 행정부를 대표하기 때문에 환경 문제에 무지할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상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에너지부 재생에너지프로그램 담당자, 백악관 환경정책 담당관 등 발표자들이 90분 동안 지구 온난화 문제와 이를 해결해 줄 기술적 문제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과시했던 것이다.

발표자들이 주제를 워낙 완벽하게 소화해 오히려 환경운동가들이 당황했다. 그럼에도 이 똑똑한 협상단 중 실제 정책 수립 과정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반영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장담할 수 있다.

인도에서 온 한 환경운동가는 “당신들은 누구요? 어느 별에서 왔소? ‘부시 별’에서 온 것 같지 않은데요. 부시 행정부는 지구 온난화 대책들이 미국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 않았나요”라고 물었다.

미 대표단이 받은 이 같은 대접은 부시 대통령이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한 뒤 6년 동안 아무런 대안도 마련하지 않은 채 “미국은 자신만 걱정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대가다.

둘째, 지구 온난화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미국이 산업 구조를 완전히 바꾸어야 하는데도 미국은 이를 단지 ‘점진적’인 것으로 축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에 세금을 징수하거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해 청정 연료에 대한 투자가 이익으로 연결되도록 가격 정책을 펴지 않는다면 청정 연료 기술을 개발한들 실용화로 연결할 수 없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부시 행정부는 신기술은 좋아해도 이를 현실화할 정책은 싫어한다. 재무부와 에너지부 장관들은 발리 기후회의에 참석하지도 않았다.

환경단체 ‘국제보전’의 클렌 프리켓 부회장도 “지구 온난화 문제는 경제 구조를 바꾸는 문제다. 부시 행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에 쏟는 만큼 지구 온난화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발리 환경회의에서 생긴 일들을 이해할 수 없다. 이곳에서 합의된 결정이 점진적인 과정을 제시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만은 알겠다. 청정에너지 문제를 점진적으로 접근한다? ‘취미활동’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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