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하종대]親中反中그리고 用中

  • 입력 2007년 12월 2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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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둥(山東) 반도에서는 ‘한국의 닭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말을 흔히 한다. 한국의 인천에서는 중국의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고들 한다. 물론 우스갯소리지만 한중 양국이 얼마나 가까운 이웃인지를 느끼게 해 준다.

올해는 한중 수교 15주년이 되는 해이지만 양국 교류의 역사는 역사와 전설을 넘어 선사시대까지 올라간다. 양국은 정치 및 행정제도, 생활풍속은 물론 종교와 철학, 가치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을 주고받아 왔다.

한국인과 중국인이 만나 곧바로 의기투합할 수 있는 것도 역사 문화적인 배경이 깊고 넓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양국의 교류는 눈부실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사이 양국 교역은 315억 달러에서 1180억 달러로 늘어 3.75배로 성장했다. 중국은 한국의 제1 무역대상국이고 한국도 중국의 3대 교역대상국 중 하나다.

2001년 129만8000명 정도이던 중국 방문 한국인은 지난해 392만 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5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방문 중국인 역시 지난해 89만6000명에 이어 올해는 1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에는 한국 기업 4만여 개가 진출해 있다. 한국의 대중 누적 투자액은 390억 달러에 이른다. 중국에는 70여만 명의 한국인이 상주하고 있다. 내년 말엔 재(在)중국 한국인 100만 명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양국 유학생의 증가도 폭발적이다. 2001년 2만2116명이던 중국의 한국인 유학생은 지난해 5만7504명으로 2.6배 늘었다. 중국의 전체 유학생 16만2695명의 35.3%를 차지해 단연 1위다.

한국의 중국인 유학생 역시 2001년엔 3221명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3만3650명으로 6년 새 10배 이상 늘었다. 장래 양국 교류가 얼마나 더 강화될지를 짐작게 한다.

그러나 이 같은 통계들과 달리 양국민의 친밀감은 오히려 줄어드는 느낌이다. 최근 중국의 한 언론매체는 20개 이웃 국가의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라’ 1위(40.1%)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2005년 8월 양국 언론매체가 조사했을 당시 79.0%의 중국인이 한국에 친밀감을 느낀다고 대답한 것과 비교할 때 놀라운 변화다.

한국 역시 중국의 동북공정과 백두산공정, 단오제 원조 논쟁 등을 거치면서 반중(反中) 정서가 상당히 확산됐다. 2003년 양국 정부가 합의한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무색할 지경이다.

그래도 한국과 중국은 역사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이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초고속 성장에 한국 기업들이 커다란 공헌을 했다는 것은 양국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한국에 매년 200억 달러에 이르는 무역흑자를 안겨 주는 나라가 중국인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양국은 여전히 북핵 문제부터 경제협력, 세계 문화시장의 공동 개척에 이르기까지 서로를 필요로 한다. 부분적으로 반목이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윈윈이 가능한 관계다.

중국은 올해 10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집권 2기 시대(2007년 말∼2012년 말)를 새롭게 열었다. 한국 역시 19일 미래 5년을 이끌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가 탄생했다.

양국 정부와 국민 모두 친중(親中)이나 반중, 친한(親韓)이나 혐한(嫌韓)의 차원을 넘어 상호 존중의 기초 위에서 공동의 이익과 번영을 위해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자세를 보여야 할 때다.

하종대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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