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입시 혼란 주범’ 수능등급제 강행 세력 가려내야

  • 입력 2007년 12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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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을 예정보다 5일 앞당겨 어제 발표했지만 수능등급제 도입으로 초래된 입시 혼란은 더 악화되고 있다. 어제 발표를 통해 등급제는 불합리성과 모순, 부작용을 명료하게 드러냈다. 등급제에다 문제마저 쉽게 출제돼 변별력을 잃고 학력 측정이 아닌 ‘실수 안 하기’ 테스트로 변질됐다.

쉽게 출제된 것으로 평가된 수리 ‘가’형에서 3점짜리 한 문제를 틀린 수험생들은 단박에 2등급으로 밀려났다. ‘한 문제 실수’이지만 실제 입시에서 1등급과 2등급의 차이는 당락을 좌우할 정도로 크다. 수리 ‘가’형에서 2등급을 맞은 학생 비율은 표준비율인 7%보다 많은 10.08%로 집계됐다. 같은 등급 학생이 늘어나면서 치열한 눈치전쟁이 예상되고 있다.

언어 외국어 수리 세 과목 합계 점수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고도 등급 점수에서 성적이 뒤바뀐 학생이 적지 않았다. 다른 과목들은 시험을 잘 봤지만 한 과목에서 점수가 모자라면 이런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등급제는 입시의 공정성 부재(不在)라는 치명적 결함을 안고 있다. 사회 전체가 입시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한국적 풍토에서 학부모들은 점수가 뒤져 낙방하는 것은 받아들이지만 점수가 더 높은데도 입시에 떨어지는 일은 결코 수긍하지 않는다.

등급제 수능은 대학입시를 요행수에 좌우되게 만들고 학력의 하향 평준화를 부채질하게 될 것이다. 등급제 수능과 내신 위주의 입시는 교사들에게 다른 학교보다 열심히 가르칠 동기를 제공하지 못한다. 이런 입시제도가 지속되면 그나마 평둔화(平鈍化) 제도의 결함을 보완하는 과학고 외국어고 자립형사립고는 고사하고 말 것이다.

평등주의에 사로잡힌 현 정부는 입시 경쟁을 막아 사교육을 줄이는 한편 경제력 있는 계층의 명문대 독점을 줄인다는 계산이었으나 현실은 달랐다. 사교육은 사교육대로 훨씬 늘어나고 교육 경쟁력은 경쟁력대로 망가지고 있다. 수험생들이 겪는 혼란과 고통의 책임은 청와대를 비롯해 새 입시 제도를 강행한 세력에 물어야 한다.

차기 정부는 등급제를 즉각 뜯어고치고 대학입시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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