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승직]‘기능강국 코리아’ 벼락치기론 어렵다

  • 입력 2007년 12월 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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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단은 지난달 21일 일본의 시즈오카에서 폐막된 제39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주최국 일본을 누르는 통쾌한 승리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결과는 핀란드 대회 참패 이후 이루어낸 설욕일 뿐 아니라 기능한국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 준 쾌거다. 기능올림픽 역사상 이번 대회만큼 힘든 대회는 없었다. 왜냐하면 일본이 이번 대회를 유치하면서 기존의 정식직종 38개와 시범직종 4개 분야 외에도 일본이 절대 유리한 5개 분야를 주최국 직종이라는 명목으로 새롭게 추가하면서 우승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분야에서 월등한 기량으로 일본을 압도했다. 당초 우리가 승리하리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우리의 쾌거는 핀란드 대회 참패 이후 새로 구성한 합동훈련단의 시스템 승리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204일이라는 합동훈련을 잘 견디어낸 선수는 물론 선수 지도에 헌신과 열정을 다한 지도위원의 노력과 후원업체들의 정성어린 지원, 그리고 그동안 14번이라는 기능 강국의 노하우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결집시킨 한국위원회의 계획이 값진 결과를 가져왔다. 이제 한국 선수단의 임무는 끝났지만 끝은 아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본 기능강국이 명실상부한 기능선진국이 되기 위한 조건을 살펴본다.

첫째, 지금과 같은 기술교육 시스템으로는 기능강국 유지가 어려운 것은 물론 더는 전문교육이 경제성장의 동력이 될 수 없다. 기능올림픽은 단순한 기능만을 겨루는 경기가 아니며 더욱이 단기간의 훈련만으로 참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대에 따른 첨단 산업설비의 운용이나 정비 등에 필요한 고도의 기술력을 경쟁하는 경기로 발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전문교육 시스템으로는 기능올림픽에서의 경쟁은 물론 새 시대를 위한 산업인력 양성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이번 대회를 경험한 지도위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그동안 우리는 직업교육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손쉬운 현상의 변화만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려 했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산업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둘째, 지도자의 헌신과 열정은 어떤 교육 인프라를 갖추는 것보다도 중요하다. 경기기간 중 경기장에서 선수와 호흡을 같이한 아름다운 프로정신을 가진 지도자들이 있었기에 우승이 가능했다.

셋째, 메달리스트와 같은 우수한 자원으로 전문가 양성 시스템을 구축해 국가 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키워야 한다. 전문가 탄생이나 신기술은 저절로 개발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숙련된 기술자의 양성과 신기술 개발은 우리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국가 경쟁력이며 세계 일류를 만드는 경쟁력의 핵심이다. 따라서 이번 대회에 기능강국의 위상을 과시한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올림픽 메달리스트나 우수 기능인력을 국가 핵심 전력으로 육성하는 일이다. 이런 현실적인 대책이 전문계 고교생은 물론 기능인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대회의 종합우승은 값진 쾌거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능강국에서 명실상부한 기능선진국이 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다. 특히 산업인력 양성을 위한 시스템 구축, 지도자의 열정 그리고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등은 외면하는 직업교육을 새롭게 육성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다. 아무쪼록 현실의 문제가 제도적으로 정착돼 기능강국에서 기능선진국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서승직 인하대 교수·국제기능 올림픽 한국기술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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