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송민순 장관은 북한 앞에서 왜 작아지나

  • 입력 2007년 11월 2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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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그제 이화여대 특강에서 “북한 문제가 나오면 (우리는) 굉장히 작아진다”고 말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중대 발언이다. 경제력을 비롯한 종합 국력에서 북은 이미 우리와 비교가 안 된다. 북의 핵무기가 남한 정부를 ‘작아지게 하는’ 요인이라면 노무현 정부는 북핵 문제에 안이하게 대처해 온 점부터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김대중 정부 이래의 포용정책이 결국 ‘북에 작아지는 남’을 자초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송 장관은 정부가 북한 동포의 참상을 외면하고 지난 20일 유엔총회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에서 기권한 데 대한 안타까움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사석에서 “벼랑 직전까지 갔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의안 찬성’의 소신을 관철하기 위해 막판까지 버텼지만 허사였다는 뉘앙스다. 노 대통령의 기권 의지가 얼마나 완강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청와대도 “노 대통령의 지시로 북한 인권결의안에 기권했다”고 밝혔다.

이 정부의 대북 저자세는 거의 체질화됐다.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 문제는 북에 제대로 제기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용어까지도 북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전쟁 시기와 그 이후 시기에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이라고 부르고 있다. 심지어 ‘개혁·개방’이란 용어도 북을 자극한다며 안 쓰기로 한 정부다. 노 대통령이 “(김정일과) 대화해 보니 적어도 정부는 그런 말을 쓰면 안 되겠다”고 하자 통일부는 홈페이지에서 아예 ‘개혁·개방’이란 단어를 삭제해 버렸다. 대북정책이건 외교건 최종결정권자는 대통령이다. 그렇더라도 인권과 같은 인류 공통의 이슈에 대해서는 책임부처인 외교부의 의견이 최우선적으로 존중돼야 한다. 남북관계라는 좁은 틀 속에서만 판단할 일이 아니다.

노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고려해 기권하라고 했다지만 이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이 추락하고 국민의 자존심도 상처를 입었다. 그런다고 북이 고마워할 것 같은가.

유엔은 최근 북한인권보고관으로 하여금 탈북자들을 상대로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해 전면 조사하도록 했다. 노 대통령은 이 조사도 막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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