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홍권희]외자 유치, 특혜 좀 주자

  • 입력 2007년 11월 2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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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 시비를 낳지는 말아야겠지요. 그러나 우리가 외자(外資) 유치를 절실히 원한다면 적절한 특혜를 주는 것도 겁내선 안 됩니다.”

김명선 경기도 투자진흥과장의 말이다.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외국 기업이 사업을 잘 하도록 지원해야 일자리도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특정 업체에 무리하게 혜택을 주자는 게 아니라 일자리 창출을 더 큰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다.

미국의 테마파크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수자원공사가 27일 경기 화성시에 리조트를 건설하기로 하고 2조9000억 원 규모의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투자 유치도 김 과장이 실무책임을 맡았다. 그는 이 리조트가 직접고용 2만 명을 포함해 총 6만 명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산업단지에 제조업 공장을 유치하는 것에 비해 테마파크 투자 유치가 불안한 측면도 있다고 그는 말한다. 테마파크는 훨씬 넓은 땅(유니버설 스튜디오는 470만 m²)이 필요해 사업 추진이 어렵고, 사업에 실패하면 타격도 크다.

그런데도 경기도가 테마파크 유치에 매달린 것은 제조업으로는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작년 7월 취임한 김문수 지사도 물류 유통 관광 분야의 외자 유치를 늘리기로 전략을 바꿨다. 때마침 소득 증가, 여가시간 확대 등으로 국내 레저 수요가 커지고 중국 관광객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는 계산 아래 세계적인 파워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중이다. 미국의 MGM, 그리고 1999년 한국 진출이 무산되자 독일에 투자하기도 했던 덴마크의 레고랜드 등도 한국 투자에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투자 약속은 현재로선 양해각서 수준이다. 연내 땅 주인인 수자원공사의 개발계획이 확정돼야 하고 용지 임대차 및 일부 매매 계약이 성사돼야 한다. 용지 인근에 고속도로와 전철 건설 등 인프라스트럭처 지원 방안도 합의돼야 한다.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도 거쳐야 한다. 이런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LG필립스LCD가 경기 파주시의 공장 신축 허가를 받는 데 1년 반 이상을 허비한 것 같은 ‘지뢰’가 없어야 투자가 제때 이뤄질 수 있다.

이번엔 ‘지뢰 제거’는 물론이고 도로 포장까지 해 놓고 외자를 불러야 한다. 다른 나라는 테마파크의 경우만 보더라도 중앙정부가 직접 유치 협상을 하거나 현금 지원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했다.

한국은 수년간 외자 유치 실적이 제자리걸음을 했다. 한국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외자와의 ‘투자 궁합’이 맞지 않은 탓이다. 외자의 필요성이 줄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외자유치 경쟁에서 밀린 뒤의 핑계에 불과하다. 외자 유치 잠재력은 세계 17위인데 국내총생산(GDP) 비중과 견줘 본 유치 규모는 114위밖에 안 되는 게 우리 현실이다.

우리가 특히 부족한 분야가 서비스업 외자 유치다. 제조업과 연관이 되는 사업서비스 및 금융 보험 운수 창고, 그리고 소비자 후생에 영향을 미치는 교육 의료 관광 레저 등의 분야는 외자를 더 끌어오기 위해 특혜를 줄 각오도 해야 한다. 특혜의 판정 기준도 바뀔 때가 됐다. 정부가 이따금 보여 주듯, 외자 유치에 소극적이거나 돈을 많이 벌어 가는 외자를 들볶는 것은 우리나라 체면을 세우는 게 아니라 일자리, 국가 경쟁력, 소비자 후생을 깎는 일이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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